자서전 '나의도전 나의열정'에서 박 전대표와 비화 공개 2002년 9월 남북한 축구경기 등에서 갈등 표출
  •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4일 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씁쓸한’ 비화를 공개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최근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를 향해 잇따른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박 전 대표가 거론된 책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정 전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이 대권행보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중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대항마'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당내 친이(이명박)계와 수도권 보수층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답보 상태인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채택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가 공개한 두 사람의 첫 갈등은 2002년 9월 남북한 축구경기였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5월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한에서의 남북한 축구경기 개최를 합의했다. 이후,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 전 대표에게 ‘경기 개최’를 요구했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국가대표급 프로축구선수들의 연봉은 프로구단이 주는 것이고, 프로축구 경기 일정도 빡빡해 협회가 마음대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조중연 협회 전무가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복잡한 사정을 설명했는데 박 전 대표는 화를 펄펄 냈다고 한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직접 설명을 했으나 박 전 대표는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고, 할 수 없이 각 프로구단에 통사정해 간신히 대표팀을 소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북한 축구경기가 열린 2002년 9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먼저 경기장에 와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축구경기 시작 전에 붉은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친 것도 문제가 됐다. 그는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 했다.

  • ▲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의정관 가배두림에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의정관 가배두림에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9년 당 대표 취임 직후, 박 전 대표와 국회 커피숍에서 50분간 단독 회동 이후, 불거진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회동을 끝내고 나오는데 기자들이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가 도울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했다. "몇 달 후 박 전 대표는 이 일에 대해 항의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정 전 대표는 세종시 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표와 마찰음을 빚어냈다.

    그는 "이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또 한가지를 문제 삼았다. 당시는 세종시특위를 구성하는 문제가 당내 현안이 됐을 때"라고 했다. "그 며칠 전 특위 문제로 박 전 대표와 통화했는데, 이 대화 내용을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간단히 소개했고 그때 박 전 대표는 나의 특위 취지 설명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박 전 대표는 전후 사정도 따져보지도 않고 대뜸 '전화하기도 겁난다'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 특위 필요성을 설명하자 박 전 대표는 갑자기 화난 사람처럼 '허태열 최고하고 상의하세요'라고 높은 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