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인기,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 대세론 경계“朴 논문, 대학교수가 써줬다는데” 대필 의혹 제기정치권 “‘대세’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시키려는 의도”
  •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대개 박 전 대표가 현안에 대해 언급했을 때 이를 비판하거나, ‘박근혜 대세론’을 경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는 지난달 ‘박근혜 대세론’과 관련해 “정치인 인기는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하다”(23일), “대세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26일), “대세론에 안주하는 후보가 있으면 본인에게 안 좋고 우리 당에도 안 좋다”(9월2일)며 연일 공세를 강화해 나갔다.

    이름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모두 다 부동의 대권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내용이었다.

  • ▲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전 대표가 현안인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고 언급하자 정 전 대표는 이튿날인 1일 “부적절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일에도 “너무 한가하신 말씀”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이같은 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에는 박 전 대표가 미국의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라는 외교전문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놓고 “대학교수가 써줬다는데..”라며 사실상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내가 전술핵 도입을 주장한 것을 박 전 대표는 반대했다는데 글 써줬다는 친구, 내가 잘 아는 교수인데 그 친구에게 항의해야 하나”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만약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전술핵 도입과 관련해 글을 써줬다는 교수를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정작 박 전 대표의 외교·안보 기고문에는 전술핵 얘기 자체가 없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경솔하게 거짓말을 앞세워 헐뜯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또한 6일 출간하는 자서전에서도 박 전 대표와 얼굴 붉힌 일화들을 소개하며 ‘각 세우기’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을 대권행보와 연관 지어 보고 있다 .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스스로를 박근혜 대항마로 키워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당내 친이(이명박)계와 수도권 보수층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답보 상태인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를 채택했다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4일 “당이 발전하려면 건전한 비판이 필요한데 현재 박 전 대표에게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이므로 당의 미래를 위해서 짚고 갈 부분을 짚어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3일 지역 일정을 마무리한 뒤 서울역에 내린 뒤 “정몽준 전 대표가 계속 각을 세우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