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오전 중랑구 상봉 1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오전 중랑구 상봉 1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시작된 24일 오전 서울시 A구청.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운이 걸린 날이기도 하지만, 분위기는 무겁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최모(6급) 팀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냥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표현했다.

    한 눈치 없는 직원이 "팀장님 투표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최 팀장은 "나는 주소지가 경기도라서…"라는 거짓말을 했다. 최 팀장은 사실 출근 전 투표를 하고 왔다고 했다.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지난 한달간 주민투표에 매진했던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투표의 '투'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다른 이유는 없다.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초선인 A구청 구청장은 특히나 투표거부 운동에 열을 올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시는 25개 구청 중 20명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구청 직원들이 괜히 투표소라도 갔다가 동네 사람들 눈에 띄어 입도마에 오를까봐 투표를 못했다는 말이다. 대부분 투표소가 동사무소 등 관공서이다 보니 들킬(?) 확률이 높다.

    최 팀장은 “나도 새벽에 조깅 복장으로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투표하고 왔다. 구청장 측근들이 투표소 주변을 맴돌며 누가 투표했는지를 조사한다는 말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아예 구청장 비서실장이 공공연히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인 구청도 있었다. 사무관(5급)인 구청장 비서실장은 대개 구청장 최측근 인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강북지역 B 구청 한 비서실장은 “이번에 투표하면 인사상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각 과를 다니며 얘기했다가 본청 인사과에까지 이야기가 들어온 상태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번 주민투표를 ‘관권 선거’라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가 백날 뛰어다녀봤자 구청에서 전혀 협조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일반 직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괜히 투표 얘기를 꺼냈다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아이디 Jkseielooo는 “아침 신문에는 온통 주민투표 얘기였는데 출근을 했는데 투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어서 놀랐다”며 “투표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투표장을 가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투표가 된 것이 문제”라고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