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췄다'는 대내외 평가 되레 부담으로 작용與, 강남-양천 눈독.. 野, 선점 혹은 눈치 작전
  • #.1 초선 비례대표인 A의원은 최근 한 식사자리에서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느라 혼이 났다. 당 최고위원과의 식사자리에 함께 배석한 한 지역위원장이 “○○지역은 제가 꼭 잡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라고 말한 것. ○○지역은 A의원이 출마를 압축한 지역구 가운데 하나로, 사실상 A의원에게 ‘잽’을 날린 셈이다.

    직능 대표로 빼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 대변인을 거치며 높은 인지도까지 갖췄음에도 여성 의원들이 느끼는 재선의 벽은 높기만 하다. 특히 여성 ․ 비례대표 ․ 초선 이른바 ‘3중고’를 겪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향한 움직임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여성 비례대표들의 재선율이 낮은 만큼 최대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점하기까지 ‘물밑작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與 “물색 중인데…” 직접 언급 꺼려

    한나라당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은 ‘현역’ 의원들과의 경쟁을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역구가 원희룡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남겨진 양천갑, 공성진 전 의원이 의원직 박탈로 내놓은 강남을이다.

  • ▲ 한나라당 대변인 출신의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 왼쪽부터 조윤선, 정옥임, 배은희 의원. ⓒ 연합뉴스
    ▲ 한나라당 대변인 출신의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 왼쪽부터 조윤선, 정옥임, 배은희 의원. ⓒ 연합뉴스

    조윤선 전 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문제는 차차 정하려고 한다. 수도권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 의원은 서초동 세화여고를 졸업, 현재도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어 강남 3구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나라당 세가 강한 양천갑도 자전타전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옥임 전 원내대변인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 의원은 현재 강남보다는 양천갑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정 의원은 “(양천갑에) 관심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국제문제 및 북한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과학자 출신인 배은희 전 대변인의 경우도 강남, 양천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 의원은 “현재 지역구를 세 군데로 압축해 조율 중이다.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배 의원은 강남 등 여권의 ‘선호지역’ 외에도 다른 지역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野, 특정 지역 쏠림 없지만…

    한나라당 대변인 출신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에 비해 민주당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모습이다. 여당처럼 특정 지역 쏠림현상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유정 전 대변인은 서울 마포을 지역에 출마를 준비중이다. 이 지역은 강용석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 관련, 당직을 잃은 만큼 민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현희 전 원내대변인은 최근 측근들에게 수도권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지역구를 3군데로 압축, 노원지역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 ▲ 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 왼쪽부터 전현희, 김유정 의원. ⓒ 연합뉴스
    ▲ 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 왼쪽부터 전현희, 김유정 의원. ⓒ 연합뉴스

    그러나 여성 정치인들이 '쉬운 길'만 찾는 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경우 강남 지역은 전통적 강세지역인데다가 양천갑도 꾸준히 한나라당이 독식해 왔다. 민주당도 수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일찌감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점'하거나, 끝까지 눈치작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한 재선 여성의원은 "자신감을 가지고 지역구를 다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대내외 평가가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으나 너무 쉬운 길로만 가다가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비례대표들의 공천 움직임이 수면위로 올라서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공천활동 자제령’을 내렸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전국 어디든 한나라당 벨트에는 비례대표 의원을 공천하지 않는 게 관례”라면서 한나라당 우세지역에 비례대표를 내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