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시 발의, 24일 투표민주당 강하게 반발...투표 자체를 거부할 듯
  • 1일 서울시가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하면서 20여일간의 투표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과 야5당이 추진하고 있는 세금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5당은 이번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개인을 위한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투표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 대규모 수해 주민투표 변수되나

    서울시는 당초 지난주에 주민투표를 발의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지역에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산사태 등 유례없는 수해가 나면서 이를 미뤄오다 법적 기한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발의했다.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발의를 선포할 예정이었지만, 수해복구 상황임을 감안해 '조용한 발의' 방식을 택했다.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공세를 펼쳐온 야5당은 수해 정국을 투표 거부운동을 위한 주요한 카드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측은 특히 오 시장이 민선 4기 시절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디자인서울 사업 등 `겉보기'에 치중한 각종 개발 정책이 수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부각하기 위해 조만간 임시회를 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야5당 간사를 맡고있는 서울시의회 민주당 김종욱 의원은 "오 시장은 시민이 입은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혈세 182억을 들여 주민투표를 하려고 한다. 수방정책 실패를 짚는 임시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단 우면산 산사태 등 수해에 대한 복구에 집중하면서 주민 보상과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이날 오전 오 시장은 주민투표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우면산을 찾아 관계자들과 산사태 현장을 점검했다.

  • ▲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해현장을 방문해 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 뉴데일리
    ▲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해현장을 방문해 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 뉴데일리

    ◇ '단계적' '전면적' 문안 논란 계속될듯

    서울시는 투표 문구를 `소득 하위부터의 단계적 무상급식'과 `소득 구분없는 전면적 무상급식' 중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야5당은 서울시의 무상급식안과 민주당 측 안 모두 `단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어 확정된 문구는 시민의 의사를 호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확정된 문안보다는 `보편적 무상급식안'과 `선별적 무상급식안'으로 표현하는 게 명확하며 굳이 민주당 안을 `전면적 무상급식안'이라고 쓰려면 다른 하나는 `부분적 무상급식안'이라고 해야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청구자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의 청구 취지를 살려 문구를 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시교육청과 야5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먼저 `전면적'이라는 문구를 대대적으로 사용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야5당이 `서울시 무상급식안 반대'가 아닌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쪽으로 투표운동 방향으로 잡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문구 논란은 운동기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 서울시가 발표한 주민투표안 ⓒ 연합뉴스
    ▲ 서울시가 발표한 주민투표안 ⓒ 연합뉴스

    ◇ 서울시-야당 `법적 공방' 법원 판단 주목

    야당 측이 `투표 저지' 입장 아래 다양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여서 법원의 판단에 눈길이 쏠려있다.

    민주당 측은 우선 서울시가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냈으면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이번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명백한 주민투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법 2조 2항에서 `재판 중인 사안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민주당 측은 또 현행법상 무상급식 사업의 주체는 교육감이어서 주민투표 절차를 오세훈 시장이 아닌 곽노현 교육감이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법 3조와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의 주체는 오세훈 시장이 아니라 곽노현 교육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시 측은 관련법을 오해한 결과라며 일축하고 있다.

    대법원 소송은 무상급식 조례가 서울시 예산을 들이도록 하고 있어 교육감이 자신의 의무를 서울시에 전가한 부분에 대해 다투는 것일 뿐 이번 주민투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이종현 대변인은 "교육감이 투표 절차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의 경주 방사능폐기장 주민투표와 제주도 통합 주민투표는 산업자원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리했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자체장'이 주민의 의사를 묻는다는 주민투표의 근본 취지를 오해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야당 측이 제기한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도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 측은 "주민투표 청구를 수리한 것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 측은 "청구 수리는 애초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주민투표일인 이전인 16일을 전후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