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죽이기

      천재냐 인재냐? 작금의 일부 매체와 정계 일각은 천재를 인재로 바꿔가고 있다. 4대 강 탓, 오세훈 탓, 구청 탓, 공무원 탓이라고 말하는, 또는 말하고 싶은 충동과 의도가 그것이다.

      사람의 불찰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산자락을 깎아 대비책도 없이 펜션이다 무엇이다 쉽게 집을 짓고 허가를 해준 부주의와 방심은 차제에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유례없는 폭우에 당할 재간이 어디 있나? 미국이라는 초일류 국가도 허리케인이나 홍수엔 별수가 없다.

      4대강 정비를 하지 않았을 경우엔 수해 피해가 덜했을까? 그런 걸 하지 않은 북한 지역에서는 이번 수해가 4대강 유역보다 훨씬 덜했을까? 황해도에도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피해가 말이 아닐 것이다. 한데 거기선 왜 4대강 사업이 없는데 피해가 큰가? 우리는 4대 강 정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피해가 그나마 적었다고 할 수는 없을까?

     오세훈 탓? 오세훈 시장만 아니었으면 광화문에 물이 차지 않았을 것이란 말인가? 오세훈 아닌 민주당 민노당 시장이었더라도 우면산은 무너졌을 것이다. 이는 부질없는 가정일 뿐이라고? 침수와 산사태가 몽땅 오세훈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부터가 가정이요 가설이다.

      구청 탓, 공무원 탓이라는 “너 때문이야!”도 국가를 너무 만능인양 바라보는 관점일 수 있다. 국가는 만능의 ‘사전(事前) 해결사’가 아니다. 최대한 노력하는 것뿐이지, 있을 수 있는 모든 대형(大形) 재난을 미리 예견하고서 완전한 방비책을 쌓을 수는 없다. 그럴 수만 있다면 뉴 올리언즈의 홍수 피해, 일본의 쓰나미 피해가 왜 저렇게 컸겠는가?

      이 예견 능력은 물론 후진국에 비해 선진국일수록 늘어난다. 우리가 다짐해야 할 것은 그래서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 취지라면 국가의 재난 대책이 안고 있는 미비점을 고치라고 채찍질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형 천재를 공무원이라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공무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하고,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재난 중에는 필사의 구조 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공무원도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이걸 일부 매체, 일부 정치세력이라 해서 모를 리는 없다. 다만 그들의 의도는 딴 데 있을 것이다. 오세훈 이참에 죽이자, 그래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김 빼버리자...이거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