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미안하다’ 말만 듣고 넘어가지 않을 것”
  • ▲ 지난 5일 열린 '포퓰리즘 입법 안하기 서약식'.ⓒ 연합뉴스
    ▲ 지난 5일 열린 '포퓰리즘 입법 안하기 서약식'.ⓒ 연합뉴스

    '자녀 1인당 월 2만6천엔(약 35만원)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등 이른바 '퍼주기 공약'을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이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간사장과 총리가 연이어 재정 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사실상 공약 실천에 '백기'를 든 셈이다.

    '반값 등록금', '세금급식' 등 최근 우리나라 정국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정책의 말로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현실화된 셈이다.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히는 세금급식 반대를 부르짖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일본의 이 같은 상황을 예로 들며 "재원 조달 전망이 없는 정책은 반드시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민주당의 공약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묘책으로 꼽히면서 한국의 민주당이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심의회에서 민주당 집권의 원동력이었던 아동수당 등 무상 복지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 담당상도 "공약 작성 당시 재원 마련 계획이 너무 안이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말 중의원(하원) 총선거 당시에 내건 공약이 사실은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인정한 뒤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적자 국채 발행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민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카다 간사장은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을 포함한 이유로 공약을 만들 때에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정권을 교체해 커다란 정책 전환을 한꺼번에 실현한다는 의욕에 넘쳤지만, 결과적으로 세출의 증대로 연결됐다. 자세히 따져보지 못한 점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공약에 담은 정책이 재해 극복용 예산보다 더 중요한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집권 공약을 중간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민당의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부총재는 취재진에게 "오카다 간사장의 사죄는 솔직한 행동"이라고 만족해했지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책조사회장은 "공약에 담긴 내용을 어떤 식으로 바꿀지, (공약에 따라 이미 편성된) 올해 예산의 세출을 어떤 식으로 삭감할지 밝히지 않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며 "'미안해요'라는 말만 듣고 적자 국채 발행법안 통과에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말 총선거에서 서민들의 생활을 돕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세워 중의원의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 50년 이상 이어진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렸고, 같은해 9월 초 새 내각을 발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