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유치원생 ‘밥값 문제’, 내년 4·11총선 물려 전국적 이슈 성장 예고
  • “복지정책의 대상이 성인(대학생)인 것과 어린아이(유치원)인 것은 그 개념과 파급력부터가 다르다. 유치원 무상급식은 반값 등록금처럼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 것.”

    제2차 세금급식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다. 1차 세금급식의 진원지인 경기도에서다. 아직 주민투표를 추진 중인 서울은 이 파도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지만, 그렇기 때문에 2차 충격의 그 파괴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좌파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몰고 온 이 포퓰리즘 파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가톤급 쓰나미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교육감의 앞선 초등학교 세금급식 정책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휩쓸면서 야권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 ※ 유치원 세금급식이란?

    교육청이 지도·감독하는 모든 유치원생(만3~5세)에게 점심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정책. 지난 5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처음 발표했다. 경기도의 경우 혜택 유치원생이 총 15만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예산은 연간 600억원이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268억원을 제외한 332억 중 절반 가량인 177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지자체(시·군)에서 부담해주길 바라고 있다.

    ◇ 올 2학기 만 5세로 통과, 내년은?

    “유치원 무상급식 부분 통과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계략.”

    지난 주말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이 상정한 유치원 세금급식 추경예산 177억5천만원 가운데 75억7000만원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은 19일 민주당이 2/3의석을 차지한 경기도 본회에서 재석의원 111명 중 찬성 67, 반대 39,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한나라당 신현석(파주1)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통해 "김상곤 교육감이 유치원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독단적으로 요구했다."라며 "절차적 민주성 결여로 적극 반대했던 민주당 역시 일부 수용해 도의회의 견제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고 지방의회 권위가 심각히 훼손됐다."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현삼(안산7)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이유로 만 3~4세는 무상급식이 어렵지만 만 5세는 내년부터 전면 무상보육이 이뤄지므로 수용하기로 했다."라며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도내 19개 지자체장이 어린이집 만 5세에 대해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추진하기로 했다."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하필 이 예산이 당초 교육청의 계획(만3~5세) 중 1/3인 만 5세만 통과됐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볼 때는 재정상황을 걱정한 민주당 의원들이 정신 차리고(?) 김 교육감의 포퓰리즘을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가 만5세만 급식을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러워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추경예산이 이대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내년 본예산에 다시 만3세~5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급식 예산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하반기 경기도의회는 이 문제로 또다시 시끄러워지게 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은 “작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는 대상을 늘리자”고 명분을 세울 것이고, 한나라당은 그동안 했던 것처럼 힘없는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3년 내내 전면 세금급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김문수 경기지사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큰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것보다 작은 돌멩이를 여러 번 던지는 것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쓰나미 이론’과 비슷하다.

  • ▲ 이미 민주당을 포함한 좌파 진영에서는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 필승 카드였던 세금급식의 대상을 더 확대한 유치원 세금급식을 내년 총선 전략로 내세울 전망이다. 사진은 좌파교육감인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민주당 지도부가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 자료사진
    ▲ 이미 민주당을 포함한 좌파 진영에서는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 필승 카드였던 세금급식의 대상을 더 확대한 유치원 세금급식을 내년 총선 전략로 내세울 전망이다. 사진은 좌파교육감인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민주당 지도부가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 자료사진

    게다가 이 같은 논란의 확산은 4·11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들이 당론보다는 표퓰리즘에 매진할 것이라는 말이다. 전문가들도 거대 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선거구가 작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특히 육아·보육 문제에 더 민감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주민투표의 성공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이미 의석을 점령한 야권에서 “경기도는 하는데 왜 우리는 하지 않느냐”는 형평성 제기만 해도 서울과 인천 등 주변 자치단체들은 배겨낼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 김진춘 경기도의원은 “이미 무상급식으로 한차례 재미를 본 민주당과 김상곤 교육감이 준비 중인 2차 무상급식 공습은 1차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한나라당이 당차원에서 이를 막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무너지는 지자체 재정 “공무원 월급도 못 준다”

    올해부터 시작된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 세금급식에 각 지자체는 벌써부터 ‘헉헉’거리고 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세금급식에 필요한 예산 절반을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다.

    경기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수원시의 경우 초등학교 세금급식에만 300억원, 중학교는 150억원이 필요하다. 이 중 절반을 교육청에서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초·중학교 학생들의 공짜 점심을 주기 위해서는 225억원을 준비해야 한다. 수원시 관계자도 “무상급식 실시 이후 급식의 질에 대한 민원도 늘고 친환경 농산물을 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그 부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세금급식 실시 전인 2010년에 수원시 초중등 교육에 투자하던 예산은 206억. 전체 교육예산을 모두 세금급식에 써도 전면 공짜 급식은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수원시는 올해 206억이던 예산을 313억으로 대폭 늘린 상태다. 무리해서 예산을 끌어당겼지만 2012년 중학교와 유치원 세금급식에 필요한 예산 마련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수원시 교육청소년과 관계자는 “그동안 하던 각종 청소년 사업과 학교 사업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교육 담당 부서가 아닌 무상급식 예산 마련 전담팀이라도 구성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애당초 재정 적자가 심각했던 인천시는 한 때 공무원 월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부도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 ▲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유치원 세금급식이 실현되면 같은 연령대인 어린이집 학생들은 혜택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경기도 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유치원 세금급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경기도
    ▲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유치원 세금급식이 실현되면 같은 연령대인 어린이집 학생들은 혜택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경기도 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유치원 세금급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경기도

    ◇ 유치원만? 어린이집까지 ‘난리’

    대책 없는 유치원 세금급식이 어린이집이라는 벌집까지 건드리고 말았다.

    같은 연령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은 공짜 점심을 주면서 왜 어린이집은 제외시키냐는 논리다.

    유치원은 교육청 관할이지만, 어린이집이나 나머지 보육시설은 지자체 담당이다. 때문에 유치원 세금급식이 실현될 경우 각 시·군들은 자신의 책임인 어린이집보다 유치원 세금급식에 먼저 돈을 줘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일어날 전망이다.

    내 자식도 못 챙기는데 남의 자식 먼저 밥상 차려 주는 격이다. 더욱이 경기도의 경우 유치원생은 15만명인 반면 어린이집 원생은 그 2배가 넘는 32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미취학 아동을 수용하는 영어·미술학원 등을 감안하면 그 부담금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경기도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는 “유치원 원아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원아도 경기도의 자녀”라며 “유치원 이용 보호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이용 보호자도 똑같이 교육세를 납부하고 있는 만큼 세금 혜택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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