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동반자 힌튼..해킹 당시 모회사 회장 재직 머독, 신문에 사과 광고..해킹 피해자 가족 만나 사죄도
  •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보유한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의 휴대전화 도청 사건의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뉴스인터내셔널(NI)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루퍼트 머독의 최측근인 레베카 브룩스가 15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한 데 이어 현재 머독이 소유한 다우존스의 CEO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인으로 머독과 52년을 함께 한 레스 힌튼(67)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7년 CEO에 취임한 힌튼은 불법 도청 당시 뉴스오브더월드의 영국 내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1995~2007년)을 지냈으며 해킹 파문 초기에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힌튼은 "(해킹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받은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뉴스오브더월드의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내가 떠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머독도 성명을 내고 "레스와 나는 52년 이상 함께 여행을 했다"며 "이번 항해가 예기치 않은 끝을 맞게 돼서 매우 슬프다"며 그의 사퇴 사실을 인정했다.

    머독은 또 영국의 주요 신문 토요일 자에 전면 사과광고를 내고 "심각한 부정행위에 대해 사과하며 개인들이 고통을 받은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문제 해결과 피해보상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함께 머독은 실종된 뒤 피살된 13세 소녀 밀리 다울러의 가족들도 이날 만났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이 소녀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을 맞으면서 결국 폐간됐다.

    머독이 다울러 가족을 만나기 위해 런던 호텔에 모습을 드러내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사람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머독은 다울러 가족에게 "회사 설립자로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고 나서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다울러 가족의 변호사 마크 루이스는 머독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머독은 전날까지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이번 사건이 `사소한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WSJ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극복 못 할 만한 위기가 아니다"라며 "사소한 실수는 있지만 뉴스코프 측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가 머독과 그의 아들 제임스에게 출두 요청을 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뉴스오브더월드의 9·11 희생자 가족들의 휴대전화 도청 의혹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는 등 뉴스오브더월드 폐간 이후에도 사태가 확산일로를 걷자 자세를 낮췄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