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의 당ㆍ청 관계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인선을 둘러싼 여권내 논의의 `막전막후'가 15일 홍 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나면서 당ㆍ청 관계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가동이 감지됐다.

    홍 대표는 이번 인선을 청와대 발표 엿새 전인 지난 9일 시내에서 만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처음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가 그간 자체 인사시스템을 통해 인선이 끝난 후 그 내용을 당에 통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가 앞으로는 각료 후보자를 단독으로 선발하지 않고, 당과 상의를 거쳐 고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일뿐만 아니라 인선방식의 전환으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개각에 임박해서도 당이 개각 정보에 어두운 경우가 허다했던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앞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직자의 경우 당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사전보고를 받고 검증절차 내용에 대해서도 보고받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식 인사청문회와 유사한 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 대표의 `권재진 옹호론'은 이 같은 시스템이 첫 적용되는 과정에서 면밀하게 조율된 내용으로 여겨진다.

    쇄신파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홍 대표는 다섯 가지 논리로 청와대의 인선안을 당내에서 관철시켰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란 본질적으로 법무행정을 하는 사람"이라며 청와대 비서관이 독립적 감사권이나 수사권을 가진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으로 가는 것과 동등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장관은 통상적으로 검찰수사에 `엄중 처단하라', `수사하라'는 정도의 일반적 지휘만 하지 구체적인 사건 지휘는 안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가는 게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참모로 일하다가 정부부처 장관에 임명됐던 전례를 내세우는가 하면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들이 법무장관에 기용돼 지방선거를 관리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민정수석은 당적을 가진 의원보다 훨씬 더 정치적 중립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중립성 시비를 반박했다.

    현실적인 대안부재론도 꼽혔다. 검사장 이상 경력자의 상당수가 전관예우로 퇴임후 30억-5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래서 고위 유명 법조인 출신은 임명할 수가 없었다. 대안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홍 대표 체제에서는 당ㆍ정ㆍ청의 회의 체계도 변모되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구해온 `당 선도론'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여당 사상 처음으로 고위당정회의를 총리실에서 하지 않고 당대표 주관으로 당사에서 하기로 했다"며 "총리와 대통령실장이 당사로 와서 당에 보고하고 정책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ㆍ정ㆍ청 9인회동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참석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여권 수뇌부의 정보에 근접할 수 없었던 폐단을 언급하며 "신문을 보고 주요 내용을 알던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앞으로는 고위당정회의에서 최고위원이 다 모여 논의할테니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가의 주요 현안에 대한 당ㆍ정ㆍ청의 일체감을 위해 국정 컨트롤타워격인 `국가현안조정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릴 것이라면서 이같은 장치를 통해 당ㆍ정ㆍ청 관계가 새롭게 재정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