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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를 치거나, 전화벨을 울리는 식의 `시위같지 않은 시위'가 구 동구권 국가들에서 유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야쿠브 콜라스 광장은 건장한 체구의 사복경찰관들이 예고된 시위에 대비하고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 젊은 직장인, 무덤덤해 보이는 노인들 사이에서 시위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 8시가 되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각자의 다양한 전화벨 소리, 또는 음악이 동시에 울린 것이다. 그것이 시위의 전부였다.
경찰은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비디오 카메라로 모두 촬영하고 일부는 경찰차에 실어 떠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많은 구 소비에트 국가들에서 정치적 야당 세력이 힘을 잃어 가면서 거리 정치는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그러나 혁신적인 형태의 시위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도 대규모 시위를 일으켜 지배 엘리트를 위협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발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시위들이 과거 피켓팅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는 형태의 시위 방식을 대체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청색 버킷' 시위가 유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차량 지붕 등에 푸른색 장난감을 달고 다니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정부 관리들이 교통 특권을 누리기 위해 푸른색 섬광등을 달고 다니는 것을 비꼬기 위한 것이다.
박수를 치거나, 전화벨을 울리게 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것인지 여부도 이들 국가들의 고민이다.
사회 과학자들은 이 같은 행위를 `딜레마 액션'이라고 부른다.
시위대가 정부 당국에 껄끄러운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위를 허용해 결국은 중대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이런 말도 안되는 시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인지, 두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벨라루스는 처벌쪽을 택했고, 지난 6월 이후 약 1천830명이 박수 또는 전화벨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에는 역풍이 따른다.
박수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법정에 선 벨라루스의 한 청년은 "나는 박수를 칠 수가 없다. 팔이 하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항변했다.
이런 풍경이 잇따라 연출되면 국민 감정을 자극하게 되고 결국 지배세력은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