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호남·수도권 출마 선언’에 與 촉각박근혜 수도권 출마론···중진 용퇴론 등 봇물
  • 호남에서 3선을 지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지난 10일 “내년 총선에서 중원(中原) 싸움의 선봉에 서기 위해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도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자간담회나 공식 논평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물꼬를 터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줘 감사드린다”고 했다. 호남 중진들이 김 의원과 같은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 ▲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19대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19대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전북에서 4선을 한 장영달 전 의원은 6일 경남에서 출마하겠다고 했고, 정세균 전 대표도 호남을 떠나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차기 당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도 8일 대구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서울에서 재선을 한 김영춘 전 의원은 부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 중진들의 잇따른 탈(脫)호남·수도권 출마 선언에 한나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대 총선을 불과 9개월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역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영남·수도권 진출을 공언하면서 텃밭을 위협받게 된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원희룡 최고위원이 7.4 전당대회에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야당의 잇단 기득권 포기로 여야간 ‘자기희생 경쟁’이 불붙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탈호남에 맞서는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살신성인’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탈호남에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부터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현재 수도권에 한나라당 의원이 대거 포진한 만큼 민주당과 같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중진들의 자발적 불출마를 통한 자기희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한 의원은 일부 중진들의 용퇴론을 강조했다. “모든 면에서 한계점에 온 분들이 자신의 명예나 당의 발전을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서울의 강남벨트와 영남권과 같은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물갈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그것도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지역연고를 버린다는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총선 공천이 갖는 휘발성을 의식, ‘공천 언급 자제’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