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광화문 일대서 현장검증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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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 보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유상봉한테 돈을 어떻게 건네 받았겠나."(강희락 측 변호인)
"이런 카페같은 곳이 (돈을 주고받은 뒤) 아니라고 핑계 대기 좋은 장소라는 것쯤은 수사하는 사람들 다 안다. 봉투 하나 꺼낸다고 주변 사람들 아무도 신경 안쓴다."(검사)
9일 오후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 관련 1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변호인과 검찰 측은 강씨에 돈을 건넸다는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 진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서울동부지지법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는 이날 변호인측 요청에 따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커피숍 4곳과 은행 4곳, 경찰청장 관사 등지에서 검찰과 변호인, 유씨가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을 했다.
재판부는 이날 각 장소가 강 전 청장이 현금봉투를 수수할만한 여건이 되는지를 살폈다.
수의 대신 검은 양복차림으로 나타난 유씨는 2009년 말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한 지하 커피숍의 구석자리에서 강희락 전 청장과 만났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당시에는 의자가 등받이가 높아서 옆좌석 사람들이 우리를 볼 수 없는 구조였다"며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자리에 앉아보였으며 검찰 측에서는 관련 사진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실제로는 높이가 5㎝도 차이가 안나는 것 같은데 억지로 만드는 것 같다. 수사를 새로 하는 모양"이라고 맞받았다.
유씨가 근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꺼낸 돈 500만원을 봉투에 담아 강 전 청장에 전달했다는 H커피 체인점에서는 변호인측이 '벽면이 통유리로 개방돼 있어 절대 돈 전달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유씨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탁자 아래로 돈을 은밀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씨는 강 전 청장이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다는 경찰청장 관사 인근의 한 원두커피 전문점에서 돈 2천만원을 서류봉투에 담아 테이블 위로 전달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한편 이날 강 전 청장 본인은 검증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변호인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현장검증은 3시40분께 끝났으며 다음 재판은 11일 오후 2시 1호법정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