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親朴···‘박근혜당’ 되나?

여권 내 권력지형에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주축으로 한 친이계가 급격히 힘을 잃고 있는 반면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계의 조직 확장세(勢)가 심상치 않다.

7.4 전당대회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보완재’를 자임한 홍준표 후보는 무려 4만1,666표를 획득해 당 대표에 올랐다.

뒤를 이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 박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유승민 후보가 2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유 후보는 3만2,157표를 얻어 수석 최고위원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비해 구주류인 친이계의 지원을 등에 입은 원희룡 후보는 2만9086표를 얻는데 그쳐 4위를 기록했다. 탈계파를 선언한 나경원 후보에게까지 밀렸다.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핵심 중진급 인사들이 조직을 동원하고 나섰지만 결국 바닥 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편집자주>

날개 단 親朴···‘박근혜당’ 거듭나나

모처럼 박근혜 전 대표도 활짝 웃었다. 얼굴에 번진 미소만큼이나 성적도 좋았다. 이번 전대가 ‘박근혜 시대’를 알리는 축제의 장이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당이 참패한 이후, 친박계는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 규칙개정, 당 대표 선거에서 연달아 친이계를 앞질렀다.

지난 5월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장파+친박’ 연합전선을 구축, 황우여 의원을 당선시켰다. 또 전당대회 규칙결정 과정에서도 신주류로 등극한 이들 연합의 입김은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박근혜 파워’는 수면위로 올라왔으나 친박계는 당분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유지할 전망이다.

친박계 지원에 힘입어 홍준표 당 대표가 선출되고 유승민 최고위원이 예상을 뛰어넘는 2등으로 선출됐으나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친박계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닌데 결과적으로 책임지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따라 ‘핍박당하는 콩쥐’ 역할을 해왔으나 당의 중심으로 이동한 만큼 국정 운영의 실질적 책임자가 됐다는 뜻이다.

박근혜, 신중하지만 확고하게

한나라당이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계인 이한구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지 못한 상태인 만큼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생문제에 있어서는 시의절적하게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적절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홍 대표와 호흡에 대해서는 “홍 대표를 전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관망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과거 전력을 개의치 않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 당원들이 뽑은 만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친박-친이 향후 관계 설정을 두고 “지금은 과거를 더 이상 따질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친박-친이 구별이 의미가 없다. 내년 총-대선 승리가 모두의 살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