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신의 트로이 목마(타임)', '태국 정계의 신데렐라(포린폴리시)'….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에 등극하게 된 잉락 친나왓(44)에 대해선 알려진 것도 검증된 것도 거의 없다. 외국 언론들은 불과 한 달 반 만에 무명의 젊은 여성이 야당을 승리로 이끌고 총리직까지 거머쥐게 된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야당인 푸어타이당 핵심들은 총선을 불과 50일 앞둔 지난 5월 무명인 잉락을 비례대표 1번으로 깜짝 지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잉락에게 내세울 것이라곤 탁신 9남매 중 막내라는 것, 태국 치앙마이대학을 나와 미국 켄터키주립대학 정치학 석사를 땄으며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것 정도였다. 경력도 억만장자인 가족 소유의 통신·부동산 회사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 전부였다. 공직 경력이 전무한 젊은 여성이 오빠의 후광만 갖고 총리 후보로 나서자 처음엔 조롱이 쏟아졌다.

    그러나 잉락은 남성 위주의 태국 정치판에서 여성스럽고 발랄한 이미지를 한껏 활용하는 동시에 서민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되 기득권층에도 화해 메시지를 던지는 노련미를 보여줬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몰락한 집안의 막내딸이라는 '피해자 이미지'를 활용, 군부와 여당이 그녀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타임지는 분석했다.

    특히 30여일에 불과한 선거운동 기간은 정치 신인의 신선한 이미지는 유지하되 사생활이나 정책 능력에 대한 세밀한 검증은 피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잉락은 가족들 소유의 기업 경영과 관련해 법정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법적으론 미혼이지만 기업가인 동거남과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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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태국에서 3일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며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푸어타이당은 이로써 군소정당의 협조 없이도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으나 일부 군소정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키로 했으며, 푸어타이당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44)은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

  • ▲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총리의 여동생이 태국 최초의 여성총리로 탄생했다.
    ▲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총리의 여동생이 태국 최초의 여성총리로 탄생했다.

    태국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9만800여개의 투표소에서 4천730여만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출직 의원 375명과 비례대표 의원 125명 등 500명의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을 실시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8시(한국시간 밤 10시) 현재 83.69%의 개표결과 푸어타이당이 과반수인 255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163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군소정당인 붐자이타이당과 찻타이파타나당, 찻 파나타 푸아 판딘당이 각각 35석과 21석, 10석을 얻었다.

    선관위의 잠정 집계 결과가 확정되면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은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푸어타이당은 군부 쿠데타로 지난 2006년 권좌에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승리를 거뒀다.

    왕실과 군부, 엘리트층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집권 민주당은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건 푸어타이당을 비판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였지만 끝내 야당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잉락 친나왓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승리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우리는 선거 유세 기간 약속한 모든 공약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잉락은 또 "군소정당인 찻타이파타나당과 연정 구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다른 군소정당들과도 연정 구성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피싯 총리는 선거 종료 직후 "민주당은 야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총선 패배를 시인하면서 "태국의 통합과 국민 화합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푸어타이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뿌리깊은 계층 간 갈등과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문제 등을 둘러싼 정치 세력 간 정쟁 등으로 정정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