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수혜단지 3분의1 이상이 '광교·판교'매도자 문의 늘어도 매수세는 아직 조용…단기적 가격하락 예상
  •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팔 사람만 관심을 보이고 정작 살 사람은 팔짱을 낀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광교신도시와 판교신도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곧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된 보유자들의 문의 전화가 급증한 반면 아직 수요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정책으로 전매제한 기간 단축의 혜택을 누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아파트 단지는 모두 3만4천854가구로 이 중 3분의 1이 넘는 1만1천936가구가 광교신도시(9천225가구)와 판교신도시(2천711가구)에 밀집돼 있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이후 전매가 가능했던 광교 래미안(2012년 2월 입주예정)이나 광교 e편한세상(2012년 12월 입주예정) 등 해당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보유자들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곧바로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줄었다고 해서 당장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끓는 모양새는 아니다.

    조만간 합법적으로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된 보유자들이 전화를 걸어 와 시세를 문의하거나 암암리에 거래하려고 싸게 내놓았던 불법 매물을 거둬들일 뿐, 수요자들의 문의는 별로 없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광교신도시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분양권을 가진 분들의 문의는 많이 오고 있지만 매수자 쪽에서는 거의 없다"며 "얼마나 받고 분양권을 팔 수 있을지 문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광교신도시는 내년 이후 본격 입주할 예정이지만 분양권 보유자 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사 올 형편이 안되거나 여러 채의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들이 주로 분양권 전매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도 "급한 사정이 있는 분들이 아주 싼 가격에라도 분양권을 불법으로 파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합법적인 거래가 가능해져 기대감을 갖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도인들이 급매물을 회수하고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출을 받아 분양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을 견디다 못해 전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매수 문의는 적은 편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매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들의 문의도 오고 있지만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판교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년 이후 전매제한이 풀릴 예정이었던 광교신도시와는 달리 올해 안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는 단지가 대부분이어서 몇달 정도 앞당겨진다고 해서 거래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판교신도시 내 G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에게서만 문의가 오고 살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매도자들은 규제가 풀린 김에 얼른 처분하고 싶어 계속 연락해오고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는 이처럼 집을 팔 수 있는 여건을 개선시켜준 반면 매수 심리를 크게 자극할 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을 다소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상승기에는 전매나 거래를 자유화하는 조치가 나오면 바로 매수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는 그동안 팔지 못했던 공급자가 매물을 많이 내놓으면서 분양권에 붙었던 웃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수요층의 외면으로 어느정도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신 제도적인 걸림돌이 사라지는만큼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박 소장은 내다봤다.

    그는 "장기적으로 호재인 것은 맞다. 이런 호재들은 침체기에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부동산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면 한꺼번에 반영돼 시세를 뛰어오르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예상했다.

    광교신도시 H공인 관계자도 "그동안 높게 형성됐던 웃돈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도 합법적으로 매물을 고를 수 있게 됐으니 아무래도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