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손학규 대표의 ‘원칙있는 포용정책’ 발언을 문제 삼아 ‘맹공’을 퍼부었다. 손 대표가 가장 민감해 하는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지난해 손 대표의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끄집어 내 총공세를 펼쳤다.
손 대표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북한)개방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북한의 세습이나 핵 개발을 찬성-지지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라고 응수했다.정동영 “햇볕정책 아닌, 원칙있는 포용정책?”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28일 손 대표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설득할 필요가 있으나 인권,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
이날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10년 민주당의 햇볕정책에 오해 줄 수 있다”며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외국 정상에게 우리 당의 정책기조를 설명함에 있어서 기존 우리당의 노선과 상치되는 부분에 대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
- ▲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과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기조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 연합뉴스
그는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워딩(발언)이다. 마치 햇볕정책이 ‘원칙없는 포용정책’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당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오해 소지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KBS수신료 인상안, 한ㆍ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당내 혼선을 거론하며 “당 정체성에 심대한 위해를 주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의 노선 정책변화에 필요한 의견수렴 절차,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 절차가 생략된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손학규 “북 개방 촉진하는 정책…종북진보와 거리 멀다”
묵묵히 발언을 듣고 있던 손 대표는 굳은 얼굴로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북한)개방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원칙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민주당은 종북진보와 거리가 멀다. 북한의 세습이나 핵 개발을 찬성, 지지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은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을 옹호하는 원칙있는 포용정책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포용정책은 세습체제를 찬성ㆍ찬양하는 정책이 아니다. 종북진보는 (발언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특히, 그는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과거 손대표의 발언까지 끄집어내 “그때는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외국정상과 얘기한 부분이라 지적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손 대표는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당의 지속적 입장”이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대변인 “원칙있는 포용정책, 햇볕정책 취한다는 뜻”
이처럼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의 ‘설전’이 당내 갈등으로 번질 위기에 처하자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햇볕정책을 그대로 취해온다는 뜻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손 대표는 지난 1년 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햇볕정책을 그대로 취한다는 입장으로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거 박 전 대표가 ‘원칙있는 포용정책’을 박 전 대표가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햇볕정책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원칙을 붙인 것은 북한에 대해 핵, 납치 이런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앞으로도 취해가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정 최고위원의 지적에 대해 “우리가 분단된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말을 잘 정제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대북문제를 두고 최고위에서 격론이 있던 것처럼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