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면 ‘무역의 기틀’ 현 정부가 하면 ‘매국노’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FTA 갖고 지금 장난하나
  • ▲ 민주당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 민주당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앞뒤가 맞지 않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한-미 FTA ‘맹목적 반대(?)’

    “정동영 의원께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통일 문제의 실질적 책임자 아니었나요? 지금 와서 저런 말씀을 하시니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남경필, 트위터 中)

    “미국과의 FTA는 불가피하다. 미국시장을 넓혀가는 것이 국익이다. 그리고 우리의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것도 있다. 1인당 약 30만원정도 총 국민소득이 증가가 기대된다.” (정동영, 2006년 2월 CBS 인터뷰 中)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정동영 의원의 ‘이완용’ 발언이 이슈화 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2006~2007년 미국 측 고위인사들을 만나 한-미 FTA 찬성 입장을 피력하던 정동영 의원이 현 정부에서 한-미 FTA를 주도하는 인사들을 향해 “(매국노) 이완용”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이후부터일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선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했던 그가 왜 자신의 ‘찬성’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인지 자세히 살펴봤다. 

    ■ “김종훈을 비롯한 외교부 관리들은 이완용”

    정동영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경제주권 넘겨주는 외교부 관리들은 옷만 입은 이완용”이라며 맹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어 “한-미 FTA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익 논리와 기업 논리로 가득 차 있는데 한 마디로 낯선 식민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미 FTA가 통과되면) 거의 300일째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는 제2의 김진숙, 제3의 김진숙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했다.

    특히 정 의원은 “미국과 한통속인 것은 맞는데 미국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이라고 김종훈 본부장을 쏘아붙였다.

    국내 수급조절을 미국에게 물어보고 하는 것은 경제주권을 넘겨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김 본부장에게는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다. 김 본부장의 교섭 상대인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분투하는데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식민지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김종훈 본부장은 “FTA는 식민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요즘 기업이 국가적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식민지로 보는 사관은 시각의 차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자가당착(自家撞着), 과거 한-미 FTA가 양자 관계의 ‘기둥’이라던 사람이

    그렇다면 과거 한-미 FTA와 관련해 정동영 의원이 남긴 족적은 어떠할까.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동영 의원은 2006년 3월1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53년간은 상호방위조약이 양자관계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일단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같은 해 4월13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며 유용하다는 콘센서스가 있다”고 했다.

    이듬해 7월11일 아태정책연구소 주최 초청 연설에선 “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FTA를 확대함으로써 미래에 생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으로서는 향후 5년간 미국 및 일본과의 FTA를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30일 대선후보 농업정책 토론회에선 “개방 파고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왔고 머리띠 두르고 반대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면 수세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2004~2005년 말까지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내며 외교안보팀장 역할을 했고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하지만 야당이 되자 정 의원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 쌍수를 들고 환영하던 정 의원은 최근에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제2의 을사늑약”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 ▲ 지난 2월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한-미 FTA 전면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월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한-미 FTA 전면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동영, 자신의 발언록부터 살펴보라”

    정동영 의원의 ‘반대’ 입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상당히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14일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마저 실추시킨 정동영 의원은 즉각 ‘이완용’ 발언을 취소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진규 당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006년 2월27일 CBS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한-미 FTA는 불가피하다”고 한 발언을 예로 들었다. 

    함 수석부대변인에 따르면 정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우리는 지금 무역의존도, GDP의 70%를 수출입에 의존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FTA는 불가피합니다. 미국시장에서의 한국 상품의 점유율이 3%로 줄어져 있습니다. 미국시장을 넓혀가는 것, 그것은 국익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것도 있고요. 1인당 약 30만 원정도 총 국민소득이 증가가 기대됩니다.”

    함 수석부대변인은 “위와 같은 인터뷰 내용은 MB정부나 한나라당의 것이 아니다. 바로 최근 한-미 FTA를 ‘新 을사늑약’이라고 폄훼하며 국회 논의조차 가로막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터뷰 당시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맡았던 정동영 의원은 ‘FTA 전도사’를 자처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자 대통령의 명운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함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날 한-미 FTA를 극찬했던 정동영 의원이 이제와 등을 돌린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인가, 아니면 정부 흠집내기로 식어가는 인기를 되살리려는 몸부림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동영 의원의 발언대로 한-미 FTA가 ‘을사늑약’이고 김종훈 본부장이 이완용이라면, 한-미 FTA를 체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적’이라는 결론인데, 누가 이런 결론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뿐만 아니라 이는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물론 노무현 정권의 요직을 지낸 김진표 원내대표와 천정배 최고위원, 이용섭 대변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