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 전격 합의에 방송 출연…입장차 뚜렷與 “디지털전환 등 인상 필요” 野 “KBS 형편, 서민보다 어렵냐”
  • KBS 수신료 인상안 관련, 25일 밤 생중계로 진행된 ‘KBS 심야토론’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못지않은 격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어 170여분동안 진행됐다.

    지난 24일 문방위 전체회의는 여야 간의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 합의 파기를 둘러싼 책임공방으로 파행됐으나 이날 여야는 공개 토론에 합의하면서 심야토론이 열리게 됐다.

    토론자로는 한나라당 한선교ㆍ김성동ㆍ진성호 의원, 민주당 김재윤ㆍ전병헌ㆍ전혜숙 의원 등 여야 의원 6명과 김인규 KBS 사장이 자리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ㆍ문방위원 연석회의 발언 도청 논란이 문제가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실 도청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지난 24일 문방위에서 발언 내용을 공개한 한선교 의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은 구시대 용어인 도청을 꺼내 들어 수신료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사회자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도청 문제를 두고 약 20분 간 설전을 벌인 뒤, 수신료 문제 토론을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재난방송, 디지털방송 전환, 정보격차 해소, 난시청 해소,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등을 위한 수신료 1천원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고물가, 대학등록금 문제, 전세난 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수신료를 올려 광고주와 시청률로부터 독립된 청정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KBS의 형편이 서민보다 어렵냐”고 반문했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은 심야토론 직전 방송된 6.25 다큐멘터리에서 친일 의혹을 받고 있는 백선엽 장군이 전쟁영웅으로 다뤄진 점, 대통령 KBS 라디오 연설 등을 거론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김인규 사장의 질의응답이 계속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정한 발언 기회를 달라”고 항의했다. 사회자인 왕상한 서강대 교수도 “민주당과의 대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측이 KBS의 편파성을 언급하며 토론장 배경이 푸른색으로 장식된 점을 지적하자, 김 사장은 “당초 푸른색 넥타이를 하고 나왔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붉은 색을 하고 와 붉은 색으로 바꿨다”고 넘겼다.

    김 사장은 “수신료 1천원 인상과 자구노력으로 2700억원 정도의 재원이 마련되더라도 당장 내년에 디지털방송 전환, 재난방송, EBS 지원 확대 등에 3700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수신료 인상 시 지역방송에서의 광고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야토론은 100분으로 예정됐으나 팽팽한 토론이 이어지자 사회자는 즉석에서 방송책임자에게 연장 가능여부를 문의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170분에 걸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