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달리는 홍준표, 안심하긴 이르다 원희룡 “박근혜 보완재? 내가 더 낫지”
  •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원희룡 전 사무총장이 꺼내든 ‘총선 불출마’ 카드가 당권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원 전 사무총장은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며 약 두 달간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러다 당 대표 출마 도전과 더불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을 던졌다.

    그의 선언은 일단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임 지도부 출신 후보 3명 가운데 패배 ‘책임론’을 인정하고 지역구를 참신한 후보에게 양보하겠다고 밝힌 이는 그가 유일하다.

    정치권은 1992년 이후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한 그가 ‘자기 희생’을 던지고 나온 것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출마 선언 이후 그의 입지가 급격히 확대됐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 ▲ 좌측부터 한나라당 원희룡, 홍준표, 나경원 의원
    ▲ 좌측부터 한나라당 원희룡, 홍준표, 나경원 의원

    나경원·원희룡이 합치면 홍준표도 해볼만 하다

    7.4 전당대회에서는 여론조사 30%, 선거인단 유효득표 수 70%를 합쳐 1위를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무려 21만2400명. 기존 전대 대의원 8881명에다 당원 중 추첨을 통해 뽑은 19만4076명, 투표 참여를 신청한 ‘청년선거인단’ 9443명이 참여하게 된다.

    지난 전당대회 선거인단 1만여명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투표의 30%를 차지할 여론조사 결과가 승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반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유효득표 수에 합산하는데, 만약 선거인단 21만여명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9만여표로 환산된다. 3000명의 여론조사 참여자가 30배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는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후보가 유리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중성에서 앞서는 홍준표, 나경원 의원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원희룡 의원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나 의원과 홍 의원은 앞서 달리고 있는 홍 의원을 따라 잡아야 할 상황이다. 친이계 대표 주자인 원 의원과 범친이계 후보인 나 의원에게 지난해처럼 단일화하라는 당 일각의 요구도 그래서 나온다.

    만약 두 의원이 합의에 나선다면 단일 후보로는 원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원 의원이 나 의원에게 양보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나 의원의 양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나 의원은 사실상 최고위원직을 확보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당대회 경선 출마자 중 여성이 1명이면 5위 안에 못 들어도 자동으로 최고위원이 되는데, 현재까지 나경원 의원이 유일한 여성 후보다. 23일까지 여성 출마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 의원의 최고위원직은 확실해진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원 의원과 나 의원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홍준표 의원의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계가 반드시 홍준표를 지지한다는 보장은 없어”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 외에 뚜렷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친박(親朴) 진영에서 1표를 유승민 의원에게 던지고 남은 한 표가 후보들의 명암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박 전 대표의 관심을 끌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준표 의원은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부터 기자들에게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 등 당의 대권 주자들을 야권의 공세로부터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이 박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줄곧 해왔다.

    20일 출마를 선언한 권영세 의원도 박 전 대표 지도력의 상징처럼 된 ‘천막 정신’의 부활을 강조했다. 2004년 박 전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당의 위기를 극복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권 의원과 같이 ‘천막당사’를 거론하며 박심(朴心)을 잡기 위해 나섰다.

    원 의원은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박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유력 당권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홍 의원을 견제하는 뉘앙스다.

    그는 먼저 친이-친박 계파의 분열을 막고 당을 하나로 어우르기에는 본인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계파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록 제가 친이계 의원 모임에 한 번도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많은 친이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게 됐으며 무엇보다 당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젊은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출신 의원으로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떠오른 ‘젊은 대표론’과 부합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누구보다 제가 젊고 경험이 있지 않나. 이젠 한나라당도 젊은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심을 가져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원 의원은 당대표가 될 경우 향후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