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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른 칼날이 날카롭다. 타깃은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이다. 전(前) 지도부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었는지 유독 홍준표 의원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18대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背水)의 진(陣)을 치면서까지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를 묻자 눈빛이 반짝인다. 쉴틈없는 답변이 이어진다. 너무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 거침없는 말투에서 그의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인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에 나선 원희룡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패배 이후 2달여 동안 가슴속에 쌓아 둔 응어리를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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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판세를 보면 홍준표 의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홍 의원을 어떻게 견제할 계획인가
많은 분들이 알건 알아야 한다. 좌충우돌, 예측 불가능, 자기 성격을 참지 못하고 누구든 관계없이 공격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지닌 사람이 바로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전 지도부를 봉숭아학당으로 만든 주범으로, 오죽하면 안상수 전 대표가 '매일같이 물어뜯는다'는 표현을 썼겠는가.
당의 지도자는 모름지기 남의 아픔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본인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기 분을 못 참고 어떻게 돌변할 줄 모르는 리더십은 더 이상 리더십이 아니다. 만약 홍 의원이 몇 달 사이에 변화했다면 그 증거를 보여야 한다.
인간 홍준표는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지금처럼 화합이 중요한 시기에 한나라당을 안정감 있게 이끌 수 있냐는 물음표가 가슴 속에 남는다.
결국 전임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희룡이 필요하다’는 얘기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친이계 대표주자라고 불리고 있는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사실 지금의 계파 구도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생긴 것이다. 저도 당시 후보였다. 지난번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주류 세력 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당시 일을 참 잘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는 4년 전 계파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제는 계파의 장벽을 녹여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친이계에서 절 지지해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한 표가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지만 한쪽에만 구속되고 싶진 않다.
사실 따지자면 제가 박근혜 전 대표의 파트너로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계파를 구분한다면 양쪽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지 않나. 상대적으로 협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박 전 대표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동기동창 라이벌인 나경원 의원에게 뒤쳐진다
(손사래를 치면서) 현재 홍 의원과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나경원 의원은 크게 관심없다.
- 나경원 의원과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가
(단호한 어투로) 그 쪽에서 오면 환영이다. 하지만 내 발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총선 불출마’가 서울시장 준비의 포석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기왕이면 차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주면 고마울 텐데.. (그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국회의원을 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수 있지 않나. 그건 연결자체가 될 수 없다.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홍준표 의원을 겨냥) 동대문은 워낙 어려운 지역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본인이 지역구에 올인하시고, 전국을 다니면서 당 화합을 이끌 저에게 당대표를 양보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나 싶다.
- 최근 당청 관계가 미묘하다.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긴밀하게 조율하고 논의하겠다. 정부가 세상 돌아가는 민심을 모르고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면 당이 민심을 반영해 의견을 개진하고 견제에 나서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정·청 조율을 통해 안정감을 갖고 단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내 의견대로 안된다고 판을 깨는 적대적 공격은 있어서는 안된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쫒아낼 순 없지 않나. 당 지도부가 그러한 태도를 취하면 정권 후반기 들어 악재들이 터지게 된다.
차후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대권주자들이 정권재창출을 이루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소통, 화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친이계 핵심인사 5명이 회동해 원 후보를 밀기로 했다는 보도를 봤나
(현 전당대회 출마 후보를 지목하는 듯한 뉘앙스다)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유포한 것 같다. 친이계가 지지하는 후보라는 반발심을 자극해 표를 깎으려는 의도다.
정략적으로 계산된 음해라고 여겨진다. 이것이야말로 여의도 정치가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전형적 작태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대한민국 정치를 떠나야 한다.
- 당 원내지도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도부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 바퀴만 굴러가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안정감이 부족한 면이 있다. 덜 숙성된 정책을 가지고 강행 추진하는 것이 그러하다.
보수정당의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충분히 조율된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 (위 질문에 이어)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입장은?
사실 등록금이 부당할 정도로 많이 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을 담당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등록금이 오른 원인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중심으로 등록금 완화와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건전한 자본주의는 자유를 주면서 자율적 책임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대학이 자구 노력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공적자금을 연동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버린 채 마냥 혈세를 투입하는 선동적 정치구호는 있어서는 안된다.
- 사상 최악의 사건인 저축은행 사태, 어떻게 보는가
(무거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정권과 현 정권, 안팎으로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서민들의 피땀어린 자금을 가지고 자기들 배불리는 잔치를 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당 대표가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저도 과거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은 바 있지만 지금은 동지를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오 시장이 주장하는 안도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너무 흑백논리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