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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쳐(www.guardian.co.uk)
폭동으로 도심지 곳곳에서 경찰차가 불타고 있다. 경찰이 곤봉을 들고 폭동을 진압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남녀 한쌍이 아스팔트 길 한 복판에 누워 진한 애무를 하고 있는 장면이 사진에 잡혔다.
16일(현지시각)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최종 7차 결승전. 홈팀 밴쿠버 캐넉스가 보스턴 브루인스에게 0-4로 완패했다. 그러자 극성 팬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난동을 부렸다. 밴쿠버 도심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바로 그날 밤, 한 캐나다 사진기자가 이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사진기자 리처드 람(Lam)은 이 대혼란의 와중에 길에 누워 키스를 하는 한 커플을 발견, 사진을 찍었다. 이 커플은 경찰 진압선 뒤쪽 길거리에 누워 열정적인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사진을 접한 각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시위 대신 사랑을 택한(?) 이들 남녀에게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리처드 람이 속한 언론사에는 남녀의 신원을 캐묻는 전화 외에도, 이들이 왜 하필 수십대의 차량이 뒤집어지고 불타는 폭동 현장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진에 찍힌 남성의 아버지가 페이스북에 "(자신의)아들이 시위 현장에서 키스를 한 주인공"이라고 실토하면서 미스터리가 풀린 것.
아버지 브렛 존스는 "자신의 아들(스콧 존스)은 워킹 홀리데이로 캐나다 밴쿠버에 6개월째 머물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알렉스 토마스)와 스탠리컵 결승전을 관람한 후 우연히 시위 현장에 휩쓸리면서 봉변을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거리 한복판에서 이들 커플이 음란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브렛 존스는 해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우연히 폭동현장을 마주친 이들은 얼떨결에 경찰의 진압에 쫓겨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여자친구인 토마스가 경찰 방패에 밀려 넘어지자 남자친구인 스콘 존스가 넘어진 연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며 위로의 키스를 건넸다는 게 아버지 브렛 존스의 설명.
존스의 어머니는 처음 아들의 키스 사진이 공개됐을 때 당황하지 않았다고. 그는 "원래 우리 아이는 그런 행동을 자주한다"며 "존스는 항상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사는 아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당시 애정행각이 아닌,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는 아버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의가 벗겨진 여자 위에서 남자가 진한 키스를 퍼붓는 모습이 단순한 위로 같지는 않다"며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vs 캐나다 자존심 대결서 완패
종주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릴 때면 가족이나 동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기장을 찾곤 하는데 그날그날 경기 결과에 따라 경기장 주변이 폭력으로 얼룩진 아수라장이 되기도 하고 다함께 여흥을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고.
특히 1970년 창단 이후 최초로 스탠리컵에 도전하는 밴쿠버 캐넉스와 1972년 이후 39년 만에 우승컵에 도전하는 보스턴 브루인스의 2010-2011시즌 스탠리컵 결승전의 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다는 평가다.
더욱이 미국과 캐나다간 자존심 대결로 압축된 이날 경기는 밴쿠버 캐넉스의 팬들은 물론, 캐나다인 전체가 관심을 갖는 빅이벤트였다.
지난 16일 최대 1만8000명 수용이 가능한 밴쿠버 로저스 아레나에는 캐넉스의 우승을 바라는 캐나다 팬들로 넘쳐났다. 팬들의 바람은 한결 같았다. 93년을 마지막으로 계속 미국팀에 빼앗겼던 스탠리컵을 되찾아오는 것.
그러나 이날 보스턴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는데 실패한 밴쿠버는 0-4로 패배, 안방에서 스탠리컵을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결국 상심한 캐나다 홈팬들은 밖으로 뛰쳐나와 무차별 폭동을 일으켰고 시민 100여명이 밴쿠버 경찰에 체포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한편 캐나다 밴쿠버 도심 한가운데서 훌리건들이 난동을 부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4년에도 밴쿠버에서 열린 NHL 결승전에서 커넉스가 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5시간에 걸쳐 폭동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