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전선(戰線)에 서다
오세훈 서울 시장. 그가 칼을 뽑았다. 전면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 8월 27일이다. 투표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오세훈 식(式) 몸짓 자체는 요즘 정객들의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그게 눈에 선뜻 들어온다. 어떻게 다른가? 전선(戰線) 대치의 정치가 그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리더십이란 어때야 하는가? 특히 한국 같은 정치풍토에선?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흔히 ‘통합’이란 말을 즐겨 쓴다. 정치는 물론 국민통합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는 또한 싸움이다.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다.
국민통합이란 국가와 헌법의 대전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시비하지 않기로 한다는 합의요 약속이다. 그러나 그 대전제에 대한 합의가 없는 환경에서는 국민통합은 장식용 이상의 것이 되기 어렵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대한민국 현대사의 평가 문제에서조차 공감이 어려운 우리 같은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아방(我方) 타방(他方)의 정치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투쟁 현장에는 선명한 전선(戰線)이 그어지게 마련이다. 아니, 그어야 한다. 그리고 치열하게 붙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미하다 못해 아예 몽롱하다. 그 정도를 넘어, 겁이 나 타방(他方) 눈치나 보고 그쪽이 하는 것 벤치마킹이나 하고 헐레벌떡 그 뒷북이나 치는 존재로 전락했다. 2중대가 따로 없다.
오세훈 시장은 오늘의 그런 한나라당 풍토에 거슬러 어쨌건 반(反)포퓰리즘의 전면(全面)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찬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 대시(dash)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리더는 회사원이 아니다. 리더는 사막에서 샘물을 파내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 그 죽을 가능성을 기꺼이 전제하는 사람이다. 적진에 뛰어드는 특공대 지휘관 같은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안 된다,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정주영 회장처럼 “해봤어?” 하는 사람이다. 오세훈 시장은?
전장(戰場)에 나서는 오세훈 시장에게 가톨릭 신자라 하니 특별히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먼저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격심한 고통 속에서 묵상했으면 한다. “되도록이면 이 쓴 잔을 마시지 않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 뜻이라면 기꺼이 마시겠나이다”
온몸을 던짐이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류근일 / 본사 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