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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침 이슬’ 나올라
“배석한 황영철 의원은 "여러분이 진정성 있게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여러분의 기본 사고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비판적인데, 선을 갈라놓고 출발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이 등록금 문제에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하고 있음을 역설했다.”(중앙일보)
이건 한대련(韓大聯)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사이의 면담에 배석했던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다. 한대련은 이명박 정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을 물고 늘어지면서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다그쳤고, 황우여 대표는 반값이란 말 대신 ‘등록금 인하’라는 말을 쓰면서 그렇게 사안(事案)을 정부비판 쪽으로 몰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투로 불평했다. (집권당 대표라는) 체통이 밥 먹여 주냐는 식으로 불야불야 달려간 걸 보면 어지간히 뒷끝이 탔던 모양이다.
이명박 캠프가 선거 때 ‘반값’이란 말을 처음 꺼낸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5월 22일 황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그것을 다시 거론한 것이 사실인 한에는 한나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왜 가만히 있는데 섣불리 그런 '입'을 놀려 가지고 꼬투리를 잡혔는가 말이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반값 아닌 딴 말을 쓴다면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곱게 볼 리 없는 쪽이 순순히 넘어가 줄 리가 만무하다.
애초에 ‘반값’이란 지극히 선동적인 말을 쓴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도대체 ‘꼭 반’이란 계산이 어떻게 나온 것인가? 1000만원이 너무 과하면 계산에 따라선 800만 원도 될 수 있고 650만 원도 될 수 있고 499만 원도 될 수 있는 것이지 어떻게 꼭 500만 원으로 똑떨어진단 말인가?
등록금은 가히 살인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경감하는 데는 따져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학 경영이 부실하거나 대학예산이 수긍하기 어려운 쪽으로 나간다면 그런 부조리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액수를 경감하더라도 얼마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도 면밀히 짚어보고 결정할 일이다. 그 모든 것을 생략하고 덜컥 “내가 정권 잡으면 반값 !” 하고 말부터 앞세웠으니, 그게 이제 와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노릇이다.
한대련과 일부 세력이 이것을 반정부 투쟁으로 이용하는 것을 유감스러워 하는 모양인데, 그 쪽이 그런 사람들인 줄 몰랐단 소린가? 정말 몰랐다면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바보 천치란 것을 자인하는 것밖엔 안 된다. 그걸 정말 몰랐나?
대한민국 진영은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자초한 이 문제의 덤태기를 쓸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진영 나름의 합리적인 대안은 제시하되, 결국은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알아서 결자해지(結者解之)로 처리할 일이다.
그러나 시위가 법질서와 공권력을 능멸할 경우 그것은 방치할 수 없다. 등록금을 넘어 '타도' 운운 쪽으로 나갈 경우에도 정면으로 반론해야 한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예뻐서가 아니라, 합법정부를 걸핏하면 식물화 시키려는 행태를 마냥 예삿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중의 위력으로 도심을 마비시키고 점령하는 무정부적 양상은 광우병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광우병 아니라 그 할아비가 덤빈대도 정권은 두 번 다시 ‘아침 이슬’을 불러선 안 된다. 언론도 눈치 봐선 안 된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