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선진국 수준으로…집도 이젠 무상으로파격적 정책, 차별화된 복지를 대권 밑거름 삼는다주변 상황 비관적,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 승부수(勝負手)

    오세훈 서울시장이 파격적인 주택 정책을 내놨다.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산을 최대한 투입해 공공임대 주택 보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갈수록 오르는 집값을 동여매겠다는 청사진이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이번 2020 기본 지침에 따라 늘어나는 주택은 최소 72만호. 이에 따라 주택 보급률을 95%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보급되는 주택 중 20만호는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까지 늘어나 OECD평균(11%)에 육박하게 된다. 수억원의 목돈이 없어도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콘셉트다.

    오 시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구상은 그동안 정책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공공재(예산)를 대거 쏟아 부어서라도 체감 가능한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묻어 있어 ‘공약’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최근 정치권의 복지 공약 열풍에 번번이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오 시장이 ‘부동산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대권 도전의 밑거름을 삼지 않겠냐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청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 주제를 ‘무상주택’으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목소리도 들린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2020년까지 임대주택 20만 호를 포함해 총 72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2020 서울 주택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2020년까지 임대주택 20만 호를 포함해 총 72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2020 서울 주택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왜 주택문제로 승부거나?

    파격적인 오 시장의 이번 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시점’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친이계 대권주자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청와대 의중을 살피느라 잠시 주춤한 시기를 노렸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찾기 위한 친이계의 절박함을 등에 업고 라이벌들과 차별성을 두겠다는 전략도 포함된다.

    특히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나 박근혜 전 대표가 행정경험이 없다는 것에 비춰보면 부동산 해결사 이미지는 오 시장이 내밀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볼 수 있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부동산 정책에서 만큼은 오 시장의 안목이 항상 정확했다. 이번 정책 발표도 그동안 추진해온 서울시 주택 정책을 기본 방향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면서도 “이를 통해 실제로 집값을 잡게 된다면 오 시장이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보다 훨씬 더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실현 가능성은 글쎄…

    서울시는 1∼2인 가구와 고령 인구의 증가, 평균 가구원 수의 감소, 시장 변화 등 주거 현황을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이번 정책을 마련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이번 정책을 통해)향후 10년간 집값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가와 월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전세의 비중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 ▲ 2020 서울시 주택 공급 계획
    ▲ 2020 서울시 주택 공급 계획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독단으로는 할 수 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오 시장이 먼 곳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매년 7만가구씩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특히 72만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을 통한 34만가구 공급 계획은 갈팡질팡 중인 뉴타운 사업 현실을 볼 때 낙관적이지 않다.

    핵심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과연 서울시가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 내용에서도 예산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의 시프트 공급 목표는 3500여가구이지만 5월 현재 31% 수준인 1100여가구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LH에서 주도하고 있는 공공임대나 영구임대 부분은 서울시의 권한 밖에 일이어서 확답을 내릴 수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예산은 시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우려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