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친박? “吳 시장은 별도계”심상치 않은 행보, 그가 노리는 것은?
  •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아니 오 시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시선이 혼란스럽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친이·친박·소장 등 계파 갈등이 극에 치닫는 상황에서 과연 오세훈이라는 잠룡이 당내에서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200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오 시장은 사실 그동안 친이계 대권 주자로 분류돼 왔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시초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지만, 지난 2006년 서울시장 당선 이후 뚝심 있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이 청계천 사업을 벌이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리틀 MB’라는 별명을 얻은 이후부터는 친이계로 자리 잡았다.

    고려대학교 출신인 것과 강남 3구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도 친이계로 나누는 하나의 이유였다.

    이런 오 시장의 계보는 서울시장 재선을 성공하면서 친이계로 굳어지는가 했다. 수십차례의 언론 인터뷰에서 친이계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특별한 반박도 없었고, 그의 측근들은 오히려 친이계 대권 주자라는 수식어를 입에 달고 다녔었다.

    하지만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친박간에 전대룰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때 오 시장이 친이계 대권 주자들과 사뭇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그의 ‘족보 논란’은 시작됐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권 주자 명단에 이미 이름을 올린 그가 앞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지가 관심사다. ⓒ 뉴데일리
    ▲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권 주자 명단에 이미 이름을 올린 그가 앞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지가 관심사다. ⓒ 뉴데일리

    ◇ 오락가락 오세훈 그는 ‘별도계?’

    “친이계라고 할 수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별도계라고 해야 할 것.”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내 계파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서울시 대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친이-친박으로 나뉘는 소모적인 계파 싸움에는 끼고 싶지 않다. 단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일 뿐”이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서울시 대변인의 말처럼 오 시장은 최근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친이계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 비교대상이다. 친이계 위기론이 대두되던 올해 초 이후 오 시장은 중요사안마다 함께 목소리를 냈던 이들과 종종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대북 핵개발 논란 때도 그랬고,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없애라는 친이계의 주장에도 오 시장만은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고 친박이나 소장파를 비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연말 감세정책 철회를 외치던 박 전 대표에게 “한심하다”는 원색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소장파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내놓은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정치인은 물론 소신이 중요하다. 하지만 뜻을 같이한 정치인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또 하나의 소신이다”라면서 “최근 오 시장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 ▲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대권주자 춘추전국시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나머지 잠룡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형국.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박근혜 전 대표. ⓒ 뉴데일리
    ▲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대권주자 춘추전국시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나머지 잠룡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형국.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박근혜 전 대표. ⓒ 뉴데일리

    ◇ 오세훈, 왜 흔들리나?

    ‘흔들리는 것은 배가 아니라 바다’라는 말처럼 오히려 불안한 쪽은 오 시장이 아니라 친이계라는 것이 오 시장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말처럼 친이계 주자들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부는 훈풍이 불면서 긴장된 모습이다.

    이달 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1시간에 가까운 독대를 가졌다. 박 전 대표의 독주 속에 임기 막바지에 다다른 청와대가 친이계에 얼마만큼 힘을 실어줄지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이번 대통령과 지지율 1위와의 만남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두 사람의 만남이 있은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허어~ 참 세상이”라는 짤막한 말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대룰이 정해진 이후 한나라당 전당 대회를 ‘마이너리그’로 비꼬았다.

    정몽준 전 대표는 아예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독자적인 대권도전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박 전 대표를 두고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인의 대표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아주 중요한 자산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반면 오 시장은 아직 여유롭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최대 외곽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후속인 대통합국민연대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도, 자신이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2006년 유세 현장에서 좌상까지 입는 테러를 당했던 박 전 대표에 대한 고마움은 여전히 간직한 모습이다.

    경기도청 한 정무라인은 “공고한 유대관계를 과시하는 친박계 의원들과 비교해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단지 이해관계에 얽혀있었던 것 뿐 애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친이계는 없었다”는 극단적인 말도 내뱉었다.

  • ▲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친이계 주자들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사진은 친이계 대표주자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 ⓒ 뉴데일리
    ▲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친이계 주자들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사진은 친이계 대표주자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 ⓒ 뉴데일리

    ◇ 열쇠는 오세훈이 쥐었다. 주민투표가 분수령!

    전당대회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전대룰도 일단락됐기 때문에 당분간 친이-친박과의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제 이 두 거대 계파의 다음 화두는 그동안 여-야의 싸움거리였던 ‘복지 문제’다.

    반값 등록금을 내놓은 황우여 원내대표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껄끄러운 표정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다”며 유연한 자세만은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하반기 정치권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복지론’의 종지부는 오세훈 시장이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늦어도 8월경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전면 세금급식 주민투표’의 결과가 길고 지루한 공방의 이정표가 된다는 말이다.

    전면 세금급식이 결국 무너진다면 마찬가지로 보편적 복지로 분류되는 반값 등록금 열풍도 그 동력을 잃게 될 것이며, 현재 당권을 쥔 소장파 세력들도 명분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민투표의 1차 관문인 투표율 33.3%가 넘는 것은 오 시장에게는 크게 중요치 않다. 투표율이 저조해 투표결과가 미궁으로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라 예상되는 여야의 치열한 고성이 오 시장에게는 오히려 중앙정치권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공산이 크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대권 도전이라는 구체적인 일정은 정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내년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총선과 대선에 오 시장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면서 “그 사명감의 실현은 결국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