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계파 ‘친이’ 3년간의 ‘결속’ 그 끝은 ‘배신’?소멸이냐 부활이냐? 진정한 보수로 거듭나야…
  • “요즘 친이계가 응집력이 없다. 나를 친이계라 부르는데 어느 계파의 후보로 살아온 적도 없고 그렇게 살 생각도 없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말이다.

    최근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라 다소 격앙된 목소리긴 했지만, 친이계 대권 주자로 불리던 그가 내뱉을 말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말이었다.

    또 하나의 친이계 대권주자 오세훈 서울시장도 마찬가지.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믿었던 한나라당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의원 등은 “주민투표는 새로운 갈등을 가져오는 중단해야 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영진 의원도 “오세훈 시장이 당에 기대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금급식에 맞서 함께 싸웠던 김문수 지사도 오 시장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돌아섰다.

    물론 나경원, 진성호, 전여옥 등은 “당이 나서서 오 시장을 구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은 말 그대로 목소리에 불과하다.

    오죽했으면 최근 <뉴데일리>와의 대화에서 이종현 서울시대변인은 “오 시장은 친이계였던 적이 없다. 친박도 아니다. 그냥 별도계로 불러 달라”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연합뉴스

    ◇ 친이계는 현재 분열->소멸 중?

    “얼마나 대단했던 친이계였던가?”

    한때 ‘MB 정부의 성공’이라는 목표로 모인 이들은 ▲안국포럼 출신의 직계그룹 ▲친이상득계 ▲친이재오계 등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당내 주류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했었다.

    지난 2008년 친이계 핵심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정두언 의원의 갈등으로 안국포럼이 해체되면서 맞은 분열의 위기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를 양대 축으로 전열을 정비하며 지난 3년간 한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한때 100명이 넘는 의원이 국회에 포진했던 친이계가 이제는 흔적을 찾기는 것도 쉽지 않다. 친박계의 득세와 복지를 향한 좌클릭 중인 당내 분위기에 “나는 친이계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다.

    구(舊)주류로 전락한 이재오 특임장관의 세력은 ‘함께 내일로’라는 모임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

    반면 ‘계파보다는 가치’를 내세우고 진영 의원을 좌장으로 모인 ‘민생토론방’은 친이계의 색깔을 지우고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쇄신과 변화를 부르짖는 내세운 친이계 비주류 의원들은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에 대거 합류했다. 총 44명의 회원 중 친이계였던 의원이 20명에 달한다. 중립 성향의 황우여 원내대표 선출로 ‘신(新)주류’로 부상한 이들도 친박계와도 전략적 연대를 맺으며 대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을 바라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대 계파로 불리던 친이계의 몰락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안쓰러운 시각이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변방에 있던 오랑캐(소장파)가 궐기해 박가(친박계)와 손잡고 이가를 멸망시킨 꼴”이라고 묘사했다.

  • ▲ 차명진 의원이 한나라당의 현실을 직접 그린 그림. 李 성 군사는 죽어있고 新 성 군사는 의기양양하고 있다. 朴 성 군사는 관전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 차명진 의원
    ▲ 차명진 의원이 한나라당의 현실을 직접 그린 그림. 李 성 군사는 죽어있고 新 성 군사는 의기양양하고 있다. 朴 성 군사는 관전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 차명진 의원

    ◇ 친이계, 진정한 보수로 부활하라

    몰락하는 친이계에 비해 친박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연을 확대하면서 더욱더 철옹성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은 아니다. 대권을 위한 지지세력 확보에는 열심이지만, 당내에서의 친박계의 지분은 여전히 절반 이하다.

    친박계가 당내 주류로 떠오를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전 총재가 겪은 2번의 뼈저린 좌절에서 배운 조건반사적 반응이다.

    ‘왜 전면에 나서 당을 구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터지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내년 총선까지도 박 전 대표가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 한나라당 최대 계파였던 친이계가 4분5열하고 있다. 친이계 대권주자로 불리던 인사들도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대오에서 이탈해 자가발전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한나라당 최대 계파였던 친이계가 4분5열하고 있다. 친이계 대권주자로 불리던 인사들도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대오에서 이탈해 자가발전하고 있다. ⓒ 뉴데일리

    박 전 대표가 ‘묵언수행’을 하며 대권에 목을 맬수록 한나라당이 본연의 위치인 보수우파의 기치를 내세우길 바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표를 구걸하는 야권의 복지론에 덩달아 부화뇌동하는 한나라당은 “필요 없다”는 여론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를 시작으로 보수 세력들은 친이계라는 단어 자체에 등을 돌리고 있다.

    “현재의 친이계가 좌충우돌하며 좌클릭하는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내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 이들의 한 목소리다.

    ‘진정한 보수’를 외치는 이런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세일(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한 ‘선진통일연합’과 친이계 지지 세력인 ‘대통합국민연대’가 대표적이다.

    선진통일연합에는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이계 지도부가 발기인으로 등록했다. 이달 초 창립한 대통합국민연대에도 오 시장과 김 지사가 축사를 맡으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이재오 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도 이들에 못지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들 보수단체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던 안국포럼과 같은 박근혜 대항마 후보의 지지결집체로 정치세력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지역 한나라당 한 의원은 “이제와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돼 버렸고 국민들은 새롭고 진정한 보수를 원하고 있다”며 “오 시장과 김 지사가 스스로 친이계임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