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명장, 시즌 2관왕 놓고 2년 만에 정면승부
  •  
  • '꿈의 무대'로 불리는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양팀의 지휘봉을 쥔 두 명장이 벌이는 맞대결로도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맨유)의 알렉스 퍼거슨(70) 감독과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호셉 과르디올라(40) 감독은 유럽 축구 클럽의 왕중왕 자리를 놓고 다시 2년 만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첫 번째 맞대결은 과르디올라의 완승으로 끝났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감독 부임 첫해인 2008-20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퍼거슨이 이끄는 맨유를 2-0으로 꺾고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트레블(정규리그·국왕컵·챔피언스리그 3관왕)을 일궜다.

    과르디올라는 2007-2008시즌 한 개의 우승컵도 들지 못한 프랭크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8년 5월 바르셀로나의 사령탑에 앉았다.

    당시 나이 37세로 30대 '초보 감독'이었던 과르디올라는 지휘봉을 쥐자마자 바르셀로나의 명성을 되찾았다.

    2008-2009시즌 3관왕은 물론이고 이듬해인 2009년엔 스페인 슈퍼컵과 UEFA 슈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연달아 석권하면서 세계 최강 클럽의 위상을 지켜냈다.

    지난 2009-2010시즌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 정상을 차지한 바르셀로나는 UEFA 슈퍼컵도 2연패 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3연패의 위업까지 이뤄낸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들어 올린 우승컵만 벌써 9개 째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선 최연소 우승팀 감독에 통산 6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 반지를 낀 주인공이 됐다.

    과르디올라는 선수 생활도 화려했다.

    스페인 국가대표로 47경기를 뛴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과르디올라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6차례나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선수 시절엔 빛을 보지 못한 퍼거슨 감독은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모국인 스코틀랜드 프로축구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1986년 11월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퍼거슨은 무려 25년간 맨유를 이끌며 우승의 역사를 써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회, FA컵 5회, 칼링컵 4회, 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우승 청부사'로서 그가 가는 곳마다 맨유엔 새로운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1998-1999시즌에는 잉글랜드 축구 사상 최초로 트레블(정규리그·FA컵·챔피언스리그)을 달성했고, 최초로 정규리그 3연패(1999∼2001년)의 위업을 이뤘다.

    특히 올 시즌엔 라이벌 첼시에게 빼앗겼던 정규리그 우승컵을 되찾은 것과 동시에 역대 최다인 19회 우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아 올렸다.

    자국 리그에서 최초의 3관왕·정규리그 3연패를 모두 맛본 두 명장은 지금까지 밟아온 우승의 역사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 양팀 감독에게 이번 시즌 남은 꿈은 '더블 우승'이다.

    맨유는 FA컵 4강에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국왕컵 결승에서 이미 고개를 숙여 올 시즌 3관왕 타이틀은 날아간 상태다.

    양팀은 UEFA 챔피언스리그(전신 유러피언컵 포함) 무대에서 10차례 만나 3승4무3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퍼거슨은 2009년 아들뻘인 과르디올라에 완패해 체면을 구긴 만큼 이번엔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법하다.

    '패기'를 앞세우는 과르디올라와 30살이나 더 먹은 '노장' 퍼거슨의 웸블리 혈전은 한 사람에겐 승리의 컵을 안겨주고 다른 한 사람에겐 패배의 쓴 잔을 주게 된다.

    과연 누가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