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 스캔들 계기 '과도한 사생활 보호' 도마에
  •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행 미수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사회 지도층의 스캔들에 침묵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생활과 공적인 문제에 대한 구분이 엄격한 프랑스에서는 지도층의 사생활을 정치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금기시돼왔다.

    덕분에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재임 시 혼외정사로 얻은 딸이 있느냐는 언론인의 질문에 "사실이다.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대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미테랑이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情婦)와 사생아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경찰에 경호까지 맡겼던 사실이 그의 사후에 드러나면서 프랑스 국민에 충격을 줬다.

    미테랑의 조카 프레데릭도 태국에서 소년들과 동성애를 나눈 경험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한 사실이 문제가 됐음에도 문화장관에 임명돼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스트로스-칸 IMF총재가 성폭행 미수 사건까지 터지면서 지도층의 사생활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프랑스 인터넷 신문 뤼89(Rue89) 설립자 피에르 아스키는 "우리는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미국인이나 영국인에 비해 우월하다고 자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론인들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비밀을 지키는데 이용됐고 남용됐다. 보다 공격적으로 우리의 역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프랑스인들이 사석에서는 유명인에 대한 루머들을 퍼뜨리면서도 정작 이를 공론화하지는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첫번째 이유는 군주제 시절부터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지도층에 관한 루머를 교환하는 것이 일종의 오락행위처럼 인식돼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인들은 자연히 지도층의 사생활, 특히 성스캔들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두번째 이유는 프랑스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성추문은 오히려 그들을 정력적인 인물로, 국가를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춘 인물로 부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이 터졌을때 프랑스의 한 여성 정치인이 "그것은 (그가)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프랑스의 명예훼손 관련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보호하면서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가 자칫 대규모 소송과 엄청난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NYT는 사회 지도층 남성들의 외도가 프랑스에서는 워낙 흔한 일이어서 이를 공론화할 경우 정치지형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