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오프로더..2차 대전 美군용 지프의 변신
  • 우리는 흔히 네모진 군용 차량을 '짚차'라고 불러왔다. 여기서 보통명사처럼 쓰인 짚차는 크라이슬러의 브랜드명 '지프(Jeep)'에서 유래했다.

    영국의 '버버리'가 트렌치코트를 총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지프' 브랜드에도 원조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군용으로 양산했던 '윌리스 MB'가 바로 지프 브랜드의 최초 모델이다.
  •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한 2011년형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윌리스 MB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짚차'다.

    사각형의 육중한 차체, 거대한 프런트 라디에이터 그릴, 원형의 헤드램프가 70년 역사의 DNA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군용의 티를 벗고 오랜 세월 진화한 랭글러는 개성을 추구하는 정통 오프로더답게 세련된 색상에 스포티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시승한 차는 4도어인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였다.

    운전석에 오르니 인테리어부터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는 다르다. 구조나 버튼 배열, 기능이 모두 낯설었지만 새로움은 동시에 즐거움도 준다.

    창문을 내리는 스위치가 운전석 오른쪽 센터 콘솔에 있어 처음엔 찾는데 어려웠다. 변속레버 옆에는 오프로드에서 사용하는 또 하나의 레버가 있는 것도 신기하다.

    에어컨은 수동식이고, 후진 시 주차 센서도 없다. 첨단 SUV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날로그 모드지만 왠지 정겨운 느낌이다.

    시동을 거니 우렁찬 엔진음이 여과 없이 귀를 때린다.

    최고 200마력의 힘을 내는 신형 2.8ℓ 디젤 엔진을 달았는데, 최고출력은 구형보다 23마력이나 높아졌다고 한다.

    도심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가속페달이 확실히 무거운 느낌이지만, 속도를 올리니 단단하고 묵직한 하체가 '오프로더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 이 차의 최대토크는 무려 46.9kg·m에 달한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돌부리나 물웅덩이에서도 육중한 차체를 마음껏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힘이다.

    짧은 시승 기간 거친 오프로드를 달려보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신형 랭글러는 출력이 좋아진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어졌고 연비도 10% 이상 개선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유로5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킨다.

    오토 라이트,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 등 일부 편의장치가 새롭게 장착됐으며, 방음 패키지를 추가해 소음과 진동도 개선됐다는 게 크라이슬러 측 설명이다.

    달라진 만큼 소문도 빠른 모양이다. 3월 한 달간 총 144대가 팔려 랭글러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깼다.

    오프로드 마니아 뿐 아니라 '남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시선을 받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도어 모델이 4천690만원, 4도어는 4천990만원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