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3명의 전직 국가수반인 「디 엘더스」 회원과 함께 26일 평양을 방문했다. 카터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1994년 6월 제1차 북핵위기때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냈다. 그러나 석연찮은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작년 8월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곰즈」를 데려오기 위한 목적으로 방북했다. 이번에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계 한국인 전용수 목사를 데려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방북에 앞서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핵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 중단으로 북한의 아동과 임산부 등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마치 한국의 책임인 것처럼 말했다. 이에 더하여, 대북 제재로 인해여 고통 받는 것은 북한 주민이라고 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판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디 엘더스 회원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에 진전을 위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나,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순진한 인식이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카터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북한 핵문제는 물론이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및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못한 채 북한 식량난만 부각시켜 우리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동정심만 유발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때맞추어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방한하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정일 정권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3대 세습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것이 독재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를 협박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으로 바꾸기 위해 금강산 관광객을 피격했고 금강산 및 개성관광사업을 중단시켰으며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했고, 3대 세습을 위해 꾸며낸 것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카터 전 대통령이 모를리 없을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의 현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기습사건, 무장공비 침투, 아웅산 테러, 잠수함 침투, 대한항공기 폭파 및 민간인 납치는 물론이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우리 사회에 대한 각종 테러에 대해 눈을 감으면 안된다.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해 수많은 주민을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고, 2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채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김정일 독재 정권 때문인지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인지 카터 대통령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카터 대통령이 진정으로 북한 주민을 위한다면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개혁ㆍ개방과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 김정일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 아니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기독교를 믿으라고 설득하는 편이 더 낫다. 중동에서는 30년 장기집권의 독재정권들이 시민혁명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데 3대 세습의 정당화를 위한 김정일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