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연찬회, 예고된 ‘계파 격돌’

한나라당이 2일 국회에서 개최하는 의원 연찬회에서 4.27 재보선 참패 책임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연찬회는 당의 쇄신 방안, 새 지도부의 구성안과 진로를 놓고 건설적인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결국 계파 갈등이 불거져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장파와 친박(親朴)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선거 패배를 초래한 친이(親李) 주류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연찬회에 앞서 회동을 갖고 주류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하며, 주도권을 비주류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동 직후 정태근 의원은 “청와대가 중심이 된 정책이 (민심이반의) 상황을 가져온 것이니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도 주류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면서 중립 인사 중심의 새 지도부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기환 의원은 의총에서 “친이 주류는 이제 빠져야 한다. 중립적 인사들이 역할을 하는게 수순”이라고 말했고, 구상찬 의원도 “이 상태라면 내년 총선에서 서울은 다 죽는다. 젊고 중립적인 사람들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성헌 의원은 “국민과 함께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대별 대표를 구성원으로 하는 ‘국민쇄신위원회(가칭)’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주류 측 대다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개혁은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며 친이 주도의 국정운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일부 의원은 한 발 뒤에 물러나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을 이끄는 ‘책임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연찬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전 중 1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19명이며 주류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은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