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스코어...누구를 위해 종은 울렸나

4.27 재보선 이후 정국이 한바탕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민심의 심판대에 선 후보들의 당락이 정국의 흐름을 바꾸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명운을 걸고 벌인 ‘한판 승부’에서 야당이 결국 승리를 거뒀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분당을에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김해을에서의 승리는 빛이 바랬다. 텃밭을 잃은 슬픔에 한나라당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당 지도부는 한숨뿐이었다. ‘침통’ 그 자체였다. 앞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을 예상하는 듯 어두운 표정이다. 

반면 민주당은 축제의 분위기다.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화기애애’하다. 만세를 부르는 의원, 축배를 제의하는 당직자,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분당을에서의 승리가 기쁨의 원천이었다.

이번 선거는 손학규의 승리이자, 여권 전체의 패배다.

그리고 이제 정치권의 역학구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 與, 연쇄 폭발 뇌관 터지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번 결과로 궁지에 몰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만약 다른 곳에서 야당에게 졌을지라도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으면 당 지도부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수도권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이 크게 누그러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상황이 좋지 않다. 문제를 봉합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공천 과정을 두고 책망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패닉’ 상황과 관련, 당 지도부의 통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습해야할 안상수 당 대표에 책임론 또한 만만치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 간판 교체론이 물밀 듯 일 것은 너무나 뻔해 보인다.

소장파와 중도 그룹이 친이(親李)계를 중심으로 하는 현 지도부를 향해 조기전당대회를 전면 요구할 조짐도 일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요구를 순순히 수용할 현 지도부가 아니다. 이에 당내 계파간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여기에 차기 대권구도 선점을 위해 잠룡들이 가세한다면, 여권에는 쓰나미가 몰려온다.

특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표가 돌아오는 다음달 8일 이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달 2일 예정된 당 원내대표 선거가 미뤄지는 것은 물론, 중도 그룹 출신의 원내대표가 선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19대 총선 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향후 여권의 정국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 野, 손학규 ‘웃고’ 유시민 ‘울다’

“이번 재보선에서 손학규는 ‘상한가’를 쳤고, 유시민은 ‘하한가’를 쳤다.”

야권 대선 유력 후보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재 정가에선 ‘여당의 텃밭을 손에 넣은 손학규’,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유시민’이란 표현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번 패배로 유 대표의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유시민 대표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승리를 호언장담하던 유 대표는 김해을,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을 놓쳐버렸다.

당초 친노 세력이 후보로 낙점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배경에 대한 후문도 들린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불출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노들 사이에선 또 다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야권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사지’ 분당에서 생환하면서 명실상부한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적진에 맨손으로 뛰어든 손 대표가 당당하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그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화되고 정치적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손학규 대세론’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으로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상대할 강력한 대권 주자를 확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