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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는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흑백의 사진 예술가 민병헌의 개인전을 5월 20일(금)까지 개최한다.

    민병헌은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만을 고집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사진가 중의 하나.

    회화적이고 추상적인 사진으로 잘 알려진 그는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풍경사진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Snowland>, <Sea>와 더불어 새롭게 선보이는 <Portrait> 인물 사진 시리즈 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민병헌은 1987년 첫 개인전 <별거 아닌 풍경> 전 이래 ‘보이는 그대로 변형을 가하지 않고 프린트하는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을 찍어 왔으며, 여전히 디지털사진과는 달리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은 진솔한 사진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이들 사진에선 현장에 흐르는 극도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풍경 혹은 사물들은 그의 렌즈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 된다.

    “같은 대상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자유스럽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눈’이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빛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컬하게도 빛을 제대로 못 읽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빛을 잘 읽는 다는 것은 모든 빛에 민감해야 하는데 저는 밋밋한 빛 밖에 못 읽지요. 제 사진은 중간 톤이 중요하기 때문에 늘 밋밋한 빛에 의지하여 사진을 찍는 것 같습니다.”

    -‘민병헌과의 대화’ 중에서-

    민병헌의 사진엔 강한 블랙이 없다. 중간 톤의 미묘한 변화들로 이루어져 더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톤의 상태가 ‘소름 끼치도록 좋아야’ 프린트를 끝내는 작가의 사진에선, 스트레이트 사진에서 뽑아내기 어려운 디테일 한 흑백의 질감이 잘 드러난다.

    그는 사진을 찍는 일과 현상, 인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오로지 직접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 원하는 톤을 얻어낼 때까지 수많은 인화지를 스스로 찢고 새로 프린트하는 과정을 거쳐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한다.

    이처럼 고집스러운 작업은 90년대 중반 방한 중이던 미국 평론가 카렌 챔버스(Karen Chambers)에 의해 미국의 L.A. 카운티 미술관과 현지의 저명한 갤러리들에 소개되었고, Museum of Fine Arts(Houston),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Santa Barbara Museum of Art 등의 미술관에 소장되며 국내외로 주목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가로 지속적인 관심과 호평을 받아왔다.

    갤러리스트 방소연씨는 "민병헌씨는 끈질기게 스트레이트 작업을 고집하고 있어 남다르다. 현장에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과는 달리 순전히 작가의 경험과 감각에 의해 사진을 찍고 작업실의 인하작업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에 애정을 담아내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그를 한국의 대표적 사진작가로 손꼽히게 하는 이유다"라고 평가했다.

    민씨는 최근 제3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