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 둘러싸인 '철옹성'..위험해역 운항선박 설치 의무화
  •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한진텐진호의 선원들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타델(Citadel)'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한진텐진호 선원 20명은 21일 새벽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국토해양부와 한진해운 본사로 연결된 비상벨을 누르고 즉각 몸을 시타델로 숨겼다.

    사전적으로 '요새'라는 뜻의 시타델은 해적 공격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몸을 숨길 수 있는 일종의 대피소다.

    두꺼운 철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비상식량과 함께 통신시설이 갖춰져 있는데다 외부에서 부수고 들어올 수 없도록 견고하게 제작돼 있다.

    이날 해적들이 한진텐진호를 납치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시타델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익힌 매뉴얼대로 선원들이 시타델로 대피하기 직전 선박의 엔진 등 모든 기관장비를 정지시키고 문을 봉쇄함에 따라 운항 능력이 있는 선원이 없으면 배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해군의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었던 셈이다.

    일부 대형 선박에 마련돼 있는 시타델은 지난 1월 극적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사태를 계기로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호주얼리호 피랍 당시 선원들은 조난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시타델로 대피했지만 해적이 대피소 천장의 해치를 부수는 바람에 인질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24일 위험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한해서 시타델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선박설비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시타델은 선원 외의 사람이 쉽게 식별하기 어려운 장소에 강재(鋼材)로 둘러싸야 하며, 출입문은 2개를 두되 각 출입문 두께의 합은 13㎜ 이상으로 외부에서 쉽게 열 수 없는 잠금장치를 사용하도록 했다.

    또 구난식량과 음료수, 응급의료구, 간이화장실, 공기공급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위성통신설비를 구비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위성통신설비의 경우 새 기준 시행일 이후 첫 도래하는 정기검사일 또는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날 중 빠른 날에 적용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한진텐진호의 경우 이미 시타델이 설치돼 있었고, 고시 이후 규정에 맞게 설비를 강화했지만 위성통신 장비는 설치하지 못했다는 게 한진해운 측의 설명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1일 "위성통신장비는 육상에 입항했을 때 설치가 가능하다"며 "따라서 5월 부산항 입항 이후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한진텐진호의 경우 위성장비 설치가 안된 것이 시기적으로 고시 위반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