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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상선회사가 해적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공청회에 제공한 선원 피난처, 물대포, 철조망 등 ‘해적대응시설’ 사진이 인터넷에 제한없이 유포되고 있어 문제다.
문제의 사진은 작년 11월 한 국회의원이 주최한 ‘해적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현대상선이 제공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임원 한 명이 공청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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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공청회에서 "해적들이 출몰하는 지역에서 대형상선은 21노트(knot) 이상의 속도로 항해토록 하고 있으며, 해군이 도울 수 없을 경우에는 보안요원을 탑승시키고, 그 외에도 다양한 해적방지 시설을 구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같은 현대상선의 해적 대책을 설명을 위해 첨부된 것이다. 문제는 사진에 해적들의 보트가 접근할 때 사용하는 소방호스의 위치와 방향, 레이저 철조망(일반 철조망과 달리 레이저로 가공해 훨씬 날카롭게 만든 철조망), 선원 피난처(Citadel)의 내외부와 비상식량의 양 등이 나와 있다.
공청회를 주최한 의원실 측은 “시타델의 경우에는 이미 <MBC>와 <KBS>에서 촬영해 보도한 적도 여러 번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해외 보안업체들은 이런 것이 나중에 선원들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덴만에서 여러 차례 작전을 했던 해외 보안업체 관계자는 사진을 본 후 “소방호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타델의 내외관이 그대로 드러난 건 좀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강철문으로 보호되는 시타델도 경첩 위치만 확인되면 C4로 폭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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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업체 관계자는 이런 자료 공개로 인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해적 사업이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에서도 해적이 나타나고 있다. 그저께도 필리핀 선원 한 명이 해적에게 피살됐다. 현재 한국에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 중에서도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그들끼리 잘 뭉친다. 나이지리아인들은 한국말도 능숙하다고 전해들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상선 보안 자료가 제한없이 떠돈다는 건 곧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안'아니겠느냐?”
한편, 공청회를 주최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안업체의 지적을 말해주자, 그제야 “소말리아 해적에 대비하기 위한 공청회라고 하자 업체 측에서 흔쾌히 자료를 제공해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그런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