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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외국계 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라진 '현대 사훈석(社訓石)'이 10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17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주 대산공장 본관 앞마당에서 '근면(勤勉), 검소(儉素), 친애(親愛)'의 현대 사훈이 새겨진 표지석 설치 작업을 했다.
가로 2m, 세로 1m, 둘레 5.7m, 무게 6t 규모의 사훈석은 1997년 현대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세워졌다.
그러나 사훈석은 외환위기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고 외국계 회사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라졌다.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은 사훈석이 보이지 않자 경영권이 바뀌면서 폐기된 줄만 알았지만, 사실은 김태경 노조위원장이 사비까지 털어 표지석을 자신의 집으로 옮겨 간직했던 것이다.
외국계로 경영권이 넘어가 그대로 폐기되거나 땅속으로 묻힐 위기에 처한 사훈석을 '현대 정신'을 지켜나가고자 한 노조위원장이 그동안 보관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2%를 가진 현대중공업이 최근 회사를 되찾자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보관한 사훈석을 회사에 내놓았다.
10년의 세월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사훈석은 별도 보수작업 없이 다시 제자리에 복원됐다.
김 노조위원장은 "비록 경영권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갔어도 오일뱅크의 뿌리인 현대 사훈석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집에서 보관한 사훈석을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도서 사례에서 보듯 문화재가 가진 경제적 가치보다는 우리 선조의 정신을 되찾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훈석의 복원으로 임직원들이 현대 정신을 더욱 가슴에 새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