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3월30일, 박근혜 특사수락 3월말...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외국을 나가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특사로 결정되기까지의 ‘시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 시점 언저리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이 대통령과 박 전대표 사이에 ‘간접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14일 박 전 대표 특사 임명소식을 전하는 정진석 정무수석에게도 언제 박 전 대표에게 의사를 타진했는가가 주로 물어졌다.

    정 수석이 밝힌 특사 의향 타진 시점은 지난 3월 중순 쯤이다. 정 수석이 박 전 대표를 직접 찾아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10일쯤 심사숙고를 한 다음 3월 말쯤 다시 정 수석을 통해 특사로 가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로 보면 박 전 대표의 신공항 백지화 비판은 특사 방문이 확정된 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기를 정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정 수석 발표의 행간을 짚어보면 그렇게 어림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백지화 결정을 비판하는 것이었지만 어조가 날카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다음날인 4월1일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그렇게 말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입장을 박 전 대표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모두 상당히 절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표현들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정 수석은 박 전 대표가 특사 요청을 수락할 때의 분위기를 “흔쾌히”라고 전했다. 특사 수락 여부를 두고 오고 간 물밑 대화가 그만큼 괜찮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왜 박 전 대표를 특사로 직접 선택했을까.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가면 상대국에서도 그만큼 받아 들인다”고 밝혔다. 그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박 전 대표 특사 문제를, 동남권 신공항 등 국내 정치 문제와 연관 짓지 말기를 바랐다.

    김희정 대변인은 “정상을 대신한 특사 방문을 국내 정치문제와 결부시켜서 말하는 것은 상대국가와 정상들에게 상당한 외교적 결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2008년 1월16~19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사로 중국을 다녀왔다. 2009년 8월24일부터 9월5일까지는 헝가리, 덴마크와 유럽연합(EU) 집행부를 역시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