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여권 지지율 10%는 빼고 봐야 한다’?박근혜 '4월의 여왕' 될까
  • 4.27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강원도지사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BC 전 사장간 대결이 ‘박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이광재 책임론과 동정론’이 대립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관통하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어 정치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승패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거취뿐 아니라 차기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양당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 엄기영 10%P 우세, 결코 웃을 수 없다

    판세는 이러하다. 선거 초반에는 MBC 뉴스 앵커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민주당 최문순 후보를 압도하는 듯 했다. 인지도 면에서 앞선 엄 후보는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차를 보이며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최 후보의 지지율이 약진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는 등 현재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가 홀딩페이스에 의뢰해 1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엄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8.7%로 최 후보(38.2%)를 제쳤다. 10.5%포인트 차이다.

    그렇다고 엄기영 후보가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0% 뒤졌던 이광재 후보가 낙승한 사례를 들어 ‘이미 밑바닥 민심’을 확실히 잡으면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여론조사의 여권 지지율 10%는 빼고 봐야 한다’는 속설도 있는 만큼 TV토론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령별 지지도 집계 결과도 답답하다. 엄 후보는 50대에서 55.6%를 얻었고 60대 이상에서는 73.6%를 얻어 20.1%를 얻은 최 후보를 3배 이상 앞섰다.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인 만큼 중장년층에 강한 모습이다. 

    그러나 젊은층은 엄 후보를 철저히 외면했다. 최문순 후보는 20대에서 41.8%를 기록한데 이어 30대에서 60.9%를 얻어 각각 32.8%, 34.6%를 얻은 엄 후보를 큰 차로 따돌렸다.

    더욱이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힌 20대 응답자 25.3%가 최 후보 쪽으로 관심을 돌릴 경우 판세는 엄 후보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원한다면 영동을 잡아라

    이번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엄기영 후보는 대부분 지역에서 10~20%포인트 차로 최문순 후보를 제쳤다. 

    철원·화천·양구·인제·홍천·횡성 등 영서지역에서 평균 15%포인트 차를 벌렸고 고향인 춘천에서는 58.4%를 얻어 최 후보를 19.0%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문제는 영동지역이다. 엄 후보는 단 2곳에서 최 후보에게 뒤졌는데 그 중 한 지역이 속초·고성·양양이다. 여기서 엄 후보는 44.3%를 얻어 48.9%를 기록한 최 후보에게 4.6% 차로 밀렸다.  

    일본 대지진 후 국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과 관련, 영동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불거진 삼척 원전 유치 문제도 엄 후보에게 악(惡)수로 작용했다. 삼척 원전이 삼척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절반(51.9%) 이상이 원전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27.9%)보다 24.0%포인트 많은 수치다. 특히 30대(53.0%)와 40대(65.7%)의 반대가 심했다.

  • 엄기영 후보가 선거 초반 “안전성이 확보되면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야권이 “말바꾸기”라면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역시 영동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엄 후보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의 검토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척시가 원전 유치활동을 전면중단할 것을 호소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방사능 논란 이후, 기상청이 태백산맥 상공에서 비밀리에 ‘인공강우’를 추진했다가 취소했다는 것도 지역민들이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느낄 수 있어 엄기영 후보에게 타격이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엄기영 후보가 영동 민심을 얻기 위해 어떠한 ‘카드’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그래도 엄기영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

    다만 엄 후보가 ‘선거의 여왕’ 박근혜라는 든든한 아군을 두고 있다는 점과 강원지역이 애초부터 보수성향이 짙다는 점은 전망을 밝게 한다.

  • 이번 보궐선거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5%가 ‘엄기영 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것.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31.4%에 머물렀다.

    박 전 대표가 유치 특위 고문 활동을 위해 강원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선거에 간접 영향을 미치면서 ‘4월의 여왕’ 타이틀을 획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는 한나라당이 46.1%를 얻어 민주당(25.6%)보다 무려 20.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기타(3.2%), 민주노동당(2.7%), 진보신당(1.6%), 자유선진당(1.4%) 등이 이어졌다. 강원 지역의 보수적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악재를 만나 영동 지역의 민심을 잃은 엄 후보의 지지도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