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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동의 반정부 시위를 지켜만 보던 서방 강대국이 왜 갑자기 리비아를 공습했을까. 국제문제전문가들은 서방 강대국들이 리비아 정권 붕괴가 반서방 동맹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보호의 책임’ 내세운 리비아 공습
지난 2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은 리비아에 대한 안보리 결의가 통과되자마자 공습을 개시했다. ‘오딧세이 새벽’이라고 명명된 작전은 미국과 영국군 해군이 리비아 방공시설 20여 곳을 118발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프랑스는 미라지 2000, 라팔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도 F-15E, F-22,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을 동원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카다피의 여섯 째 아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카다피 궁(宮)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후 지금까지 서방 강대국들은 공습을 계속하며, 23일부터는 해군을 동원, 리비아 해상봉쇄에 나섰다. 하지만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고 있다.
서방 강대국들은 이번 공습의 명분으로 ‘보호의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내세웠다. 즉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국민들을 무력으로 탄압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막아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UN안보리 결의안 1973호도 그 결과라고 한다.
이 ‘보호의 책임’ 명분은 아이티 지진 이후 UN군이 투입된 것이나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미군 파병, 레바논 내전 이후 UN군의 평화유지활동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동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 튀니지 정권이 무너졌고, 최근에는 예맨과 시리아에서 정부군이 반정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서방 강대국들은 이들 나라에는 개입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보호의 책임’ 내세워 ‘반서방 허브 정권 붕괴’ 시도
서방 강대국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박살’이 났어야 하는 정권도 있다. 바로 김정일 정권이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서방 강대국의 공격 없이 3대 세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에 대규모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병력투입이나 공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제문제전문가들은 이처럼 서방 강대국들이 유독 리비아에만 공습을 가한 이유를 카다피와 ‘反서방 동맹’ 문제라고 보고 있다. 카다피는 대령 시절이던 196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다. 집권 후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의 석유시설을 국유화하는 한편 사사건건 反美-反서방 노선을 펼쳐왔다. 소련과 손잡고 테러조직들을 지원하는가 하면 反美노선을 고수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레이건 정부 시절인 1986년 F-14 전폭기로 카다피 궁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카다피가 무너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서방 강대국들에게 반정부 시위는 카다피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은 정부군은 물론 용병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했다. 여기다 일본 대지진으로 서방 국가들이 정신없던 시기 카다피는 총공세를 펼치며, ‘휴전’과 ‘투항권고’ 등을 내세워 시위대를 압박했다. 결국 벵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전멸 위기에 놓이자 서방 강대국들은 프랑스를 선봉에 내세워 ‘공습’이라는 형태로 개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서방 강대국들은 왜 유혈충돌이 일어난 예맨이나 시리아, 바레인에서의 총격 시위진압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을까. 이유는 바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의 부활 우려 때문이다. 현재 예맨이나 시리아 국민들의 반미 정서는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못지않다. 이 같은 국민 정서를 이용해 알 카에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부 조직원들이 이들 국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들 나라 정부는 미국 등 서방 강대국과 손잡고 알 카에다 조직원 소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맨, 시리아 정부는 범아랍주의를 표방하는 ‘세속 정권’인 탓에 알 카에다나 무슬림 형제단과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정은 약간 다르다. 이들 나라의 왕정(王政)은 ‘세속 정권’과 ‘무슬림 신정(神政))’의 중간 형태를 띠며 서방 강대국들과 안보-경제면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단체들은 ‘왕정’들이 서방 강대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들어 이들을 ‘배교자(背敎者)’라고 비난하며 타도운동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왕정’들 또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을 ‘체제위협세력’으로 간주해 탄압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서방 강대국들은 리비아와 다른 중동 국가에서의 반정부시위와 유혈진압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호의 책임’이 북한에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서도 ‘보호의 책임’을 내세워 공격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설명한 점 리비아가 자국 내에서만 反서방 노선을 견지하지 않고 아프리카 전체와 남미의 반미국가까지 연대했다는 점을 눈여겨보면 답이 나온다. 리비아는 1959년 발견된 원유를 카다피 가족과 집권세력의 치부에 사용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돈을 反美-反서방 국가와 단체를 지원하는데 사용했다.
반면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다른 나라나 조직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와 같이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과 남한의 군사력, 경제력을 쉽게 이길 수 없는 처지기 때문에 리비아와는 다르게 보는 것이 서방 강대국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 붕괴를 위해 ‘공습’을 퍼붓거나 대규모 군사공격을 할 가능성은 빠른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