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대형 상권 형성, 폐쇄 여론 확산업주 반발 불보듯, "생업 포기 못한다"
  • 경찰이 서울 영등포지역 신세계백화점 뒤편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적극적인 폐쇄 의지를 밝혔다. 타임스퀘어 등 대규모 상권이 들어서면서 예측됐던 경찰과 성매매 업계 관계자들과의 충돌이 드디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주들이 집단 반발과 함께 경찰 유착 살생부를 들먹였던 지난 2008년 장안동 사태를 떠올리며 “한차례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주민 영등포경찰서장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관내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구청, 소방서, 한전 등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건물주 입건 등을 통해 영업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서는 이에 따라 매주 1회 이상 유관기관과 함께 영등포동4가 435번지 일대 성매매 집결지를 점검하고 기동대와 순찰대를 진·출입구에 배치해 불법 영업행위를 규제할 계획이다.

  • ▲ 한산한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의 모습. ⓒ 주간조선
    ▲ 한산한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의 모습. ⓒ 주간조선

    ◇ 경찰, “이제는 손을 대야 할 때”

    이 같은 경찰의 본격적인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방침은 유사성행위 업소 등이 늘어나면서 집창촌 업소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주변에 대형 상권이 입점한 이후 폐쇄 여론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서 위치한 성매매 업소는 총 42곳. 이 중 영업 중인 업소는 31에 불과하며 11곳은 휴업 중이다. 또 이들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성매매여성은 73명. 한때 1000명에 육박했던 90년대 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줄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 2009년 9월 개장한 바로 옆 타임스퀘어에는 백화점, 호텔, 영화관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변모하면서 1년간 누적 방문객 수만 7000만명에 이르며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때문에 경찰 측은 업주들의 반발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는 현 시점이 집창촌을 폐쇄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 지역 순찰을 담당하고 있는 치안센터 A 경위는 “그동안 경찰의 강력한 의지에도 성매매 집결지 단속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업주와 성매매여성들의 조직적인 반발때문이다”라며 “하지만 현재 단속을 나가보면 실제 근무하는 성매매여성들은 30~40명에 불과한 수준이라서 이번 폐쇄 조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앞서 9일 성매매업주와 건물주에게 영업장 폐쇄 방침을 담은 서한문을 발송하는 한편 17일에는 업주를 상대로 설명회도 가진 상태다.

    ◇ 업주들, “생업 전선, 포기 못한다”

    하지만 몇 남지 않은 현재 이곳에서 영업 중인 업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반발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워낙 오랫동안 한 곳에서 성매매업을 계속한 이들인 만큼 수가 적다고 해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경찰의 집중 단속에 반발해 침묵 시위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경찰의 집중 단속에 반발해 침묵 시위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경찰도 폐쇄조치가 단행되면 일대 업주들과 성매매여성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8년 장안동 사태에서 답습했듯이 경찰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치킨싸움’이 또다시 벌어질 공산도 크다.

    한 업주는 “주변에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예 이곳을 폐쇄한다는 조치는 우리보고 거리로 나앉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그냥 우리만 죽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경찰이 무리한 단속을 계속할 경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서 관계자는 “건물주나 업주들이 최근 인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며 이번 단속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라며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면서 이들을 설득해 나가면 충분히 폐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