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스리쿠마 라오 지음 '행복한 출근'
  • 직장인 3년차, 2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영어에 능숙한 인턴들이 대거 입사해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뿐, 주말에도 영어학원에 다니며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력은 늘지 않고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만 계속 된다.

  • ▲ 신간 '행복한 출근'은 조건부 행봉공식을 버릴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현실적 행복찾기 지침서다.ⓒ랜덤하우스코리아제공
    ▲ 신간 '행복한 출근'은 조건부 행봉공식을 버릴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현실적 행복찾기 지침서다.ⓒ랜덤하우스코리아제공

    30대 직장인 B씨는 어제 저녁, 조만간 점심을 함께 하자는 회사 임원의 전화 한통에 마음이 심란하다.

    한 달동안 벌써 세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사내 분위기는 사늘하다. 경기도 좋지 않아 매출 실적도 저조한 B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그때 B씨는 본능적으로 이직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 밤 바로 이력서를 작성해 내일 아침부터 경쟁사에 은밀히 이력서를 뿌리기 시작할 것이다. 희망연봉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50대 직장인 C씨. 어제 저녁 부하직원에게 시킨 기획서를 보고 출근하자마자 분통이 터진다.

    2페이지와 3페이지가 뒤바뀌어 있던 것. 직접 철심을 빼고 다시 정리한 후 그 부하직원을 불러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점심을 먹으면서 C씨는 자신의 꼼꼼한 성격과 프로 근성으로 이런 일이 생긴 거라며 동료들에게 은근 자신의 정당성을 주지시킨다.

    이토록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과연 월요일 아침 출근만을 기다리며 주말을 보내고 있을까? 너무나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라 일하러 간다는 생각만으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고 있을까?

    매출과 승진압박,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스트레스로 점철된 직장인에게 행복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닿기 힘든 무엇일 것이다.

    "무조건 행복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와 같은 말에 공감하거나 설득당하는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

    책 '행복한 출근'은 무조건적인 긍정론과 행복론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스리쿠마 라오 박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하거나, 해야 한다거나, 되어야 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하며 행복은 이미 내 안에 내재된 DNA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행복의 조건을 잘못 이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 뭔가를 하고, 되고, 얻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오 박사가 제시하고 있는 행복에 대한 가장 큰 오류는 바로 이 '조건부 행복'이다.

    애초의 조건부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행복을 경험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으며 사람들이 이에 집착할수록 행복은 교묘하게 우리의 손을 빠져나간다.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점 밖에 되지 않을 삶의 여정에 우리는 스스로가 정한 행복의 기준을 토대로 너무나 많은 짐을 지우며 끝도 없는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라오 박사는 모두 똑같은 곳을 바라보며 쉴 새 없이 달려가는 우리네 인생에 "나는 도대체 왜 어제보다 불행한가?"란 질문으로 큰 울림을 준다.

    열정을 넘어 집착이 돼버린 삶에 대한 애착을 이제 내려 놓자. 행복을 위해 우리가 얻어야 하거나, 해야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48쪽,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