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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못 알아듣겠다. 중국어 공부 좀 해라"
학원이나 학교가 아니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20일 소규모 '재스민 시위'가 발생한 후 처음 열린 22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시위에 대해 묻는 외신기자들과 이에 응수하는 대변인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브리핑이 시작되자마자 한 프랑스 기자가 20일 시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며 체포된 사람들의 행방을 묻자 마 대변인은 공격적인 어투로 "이건 외교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만일 브리핑에 매번 참석해왔다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마 대변인은 "주관 부처가 아니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걷는 것은 인민들의 공통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어떤 사람도, 어떤 세력도 우리를 동요하게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일본 기자가 중국어로 인터넷에서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茉莉花) 같은 단어의 검색이 제한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묻자 마 대변인은 "질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당신이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고 대꾸했다.
여기에 마 대변인은 "나는 당신이 중국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비아냥에 가까운 말도 덧붙였다.
마 대변인은 이처럼 면박을 준 뒤 "대략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며 "구체적인 질문 내용과 관련한 사정은 모르지만 중국의 인터넷은 개방돼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은 대체로 일본 기자의 중국어 질문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서 마 대변인이 민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의 기를 꺾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이 같은 공격적 화법을 쓴 것으로 이해했다.
인권 문제 등 민감한 주제가 화제로 오를 때마다 외교부 대변인들이 '독설'에 가까운 말을 섞어가며 기자들에게 응수하는 것은 중국 외교부의 흔한 관행이다.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을 탔을 당시에도 장위(姜瑜) 대변인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묻는 유럽 기자에게 "마이크를 독식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 참석하려면 1층 현관의 X선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다시 휴대용 스캐너로 휴대품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20일 시위 이후 외교부 청사의 경비 수준이 부쩍 강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