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핵발전소도 비대칭적 약점”“한국 핵무장, 좋은 해결책 아니다”
  • 北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우리나라는 경제적 타격도 입었다. 반면 국민들은 이를 통해 북한 위협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반성하고, 국방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 더불어 국방과 안보에 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이에 맞춰 선진화 홍보대사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 안보에 대한 오해나 혼란을 푸는데 일조하기 위해 안보 전문가인 이종찬 前국정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우리나라 군사력, 북한보다 우위라고 장담 못 한다

    선진화 홍보대사(이하 <선>)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비대칭 전력이란 무엇이며 왜 치명적인지요? 우리나라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종찬 前국정원장(이하 <이>) 비대칭 전력이란 재래식 무기에서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우월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재래식 무기 외에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무기나 전술을 개발한 것을 의미합니다. 재래식 무기란 핵무기를 제외한 항공기, 전차, 대포 같은 장비 등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우위입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현재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에 대응할 핵이 없기 때문에 현재 핵무기는 가장 위협적인 비대칭 전략으로 꼽힙니다.

    비대칭 전력의 또 다른 예로 북한에는 게릴라전을 위한 특수부대가 있지만, 남한에는 게릴라가 없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우리나라에 매우 위협적이며,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대칭적 군사력이 대칭을 이루게 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빌려왔습니다.

  • <선> 우리나라는 게릴라에 맞서기 위한 특수부대가 없다는 말입니까?

    <이> 게릴라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특전사가 남한에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또한 북한은 공격하는 쪽이고 남한은 방어하는 쪽이니까 이 또한 비대칭적이고 남한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상반된 평가들이 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우리나라의 군사력을 북한과 비교했을 때에 우위에 있는 것은 어떤 것이고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비대칭적인 것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핵무기의 소유여부입니다. 그러나 핵무기만 갖고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핵을 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핵을 쏠 수단을 개발한다면 남북한의 비대칭성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핵무기 외에 저는 우리에게 약점이 한 가지 더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남한에는 핵발전소가 많습니다. 북한의 테러가 핵발전소를 겨냥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에는 핵발전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한으로써는 상당한 비대칭 약점입니다.

    우리나라의 핵무장, 좋은 해결책 아니다

    <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핵 무장에 대한 원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이> 우리나라가 핵 무장을 하게 되면 물론 앞에서 말한 핵의 비대칭성은 해결이 되겠지만,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남북 모두 핵무기를 서로 갖지도 않고,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나가야합니다. 즉, ‘남한은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지킬 테니, 북한 역시 IAEA의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자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단, 남북의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현재 금지되고 있는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 우리나라가 북한과 통일이 된다면 북한이 지녔던 핵을 폐기해야 할까요?

    <이>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김진명 씨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제 견해는 설령 통일이 되어도 북한의 핵은 폐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 우리가 왜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 지금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핵을 감축해 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가 함께 핵 없는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발맞춰 한반도에도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원자력 발전소 같은 핵의 평화적 이용은 좋지만 핵 무장은 없기를 바랍니다.

    미군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필수 요소

    <선>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대물>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전시작전 통제권을 단독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전시작전 통제권 단독 행사가 2015년으로 연기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조금 더 유지되어야합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군의 통제권이 너무 서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시작전 통제권이 없었다면 군이 무슨 실수를 해도 대처할 수 없을 것입니다. (평화 시기가 길어지면서) 그동안에 군이 너무 무능해졌습니다. 전시작전 통제권 공동 행사는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작전권을 행사할만한 능력을 못 갖췄다는 점에서 조금 더 유지되기 바랍니다.

  • <선> 과거 여중생 촛불시위로 불거졌던 주한 미군 철수 요구는 아직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한 미군 철수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일부 단체들이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햇볕정책이 한미 관계의 공고한 기반위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미군 역시 계속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죠.

    지금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 일본이 서로 군비증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빠져서 (힘의) 진공상태가 되면 위험합니다. 미군은 중국과 일본 양쪽이 군비 경쟁을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요즘 미국이 약해짐에 따라 중국이 세력이 커지면서 군비를 많이 늘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위협입니다.

    따라서 군비 증강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균형자’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이 통일되었지만 여전히 그곳에 미군이 남아있습니다. NATO가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통일 이후) 남북한은 미군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 주한미군 철수 계속해서 주장하는 단체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김일성은 지금까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남쪽은 공산화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것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미군이 철수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군 주둔 문제를 우리나라의 자주성 위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군 주둔 문제를 미국이 우리나라를 미국의 기지화한다고만 생각 하지 말고, 우리 주변 상황 모두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주변(중국과 일본)이 자꾸 이렇게 군비증강을 하면 우리는 따라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어떻게 그것을 따라갑니까? 군사비도 많이 듭니다. 그러면 우리 경제와 복지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미국을 붙들어 놓고 양쪽을 더 이상 군사적으로 팽창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한 대비 시급해

    <선> 북한에는 당국의 지원을 받는 ‘조선콤퓨터쎈터’가 있으며, 다양한 사이버 부대가 중국 인터넷 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정원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나 국정원의 대응 센터가 북한의 사이버 부대에 비해 질적, 수적으로 불리하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이> (북한에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 부대가) 분명 있습니다. 제가 비화를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제가 국정원장이 된 당시에 해커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을 풀어 나오게 해주면서 우리가 특별히 채용을 해서 사이버 안보를 방어하는 부대를 만들자고 했었는데 결국 당시 허가를 받지 못해서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나라도 사이버 부대를 육성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금도 언제 북한이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도 사이버 공간에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핵무기도 우리가 사이버로 잘 공격을 하면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사이버 부대를 통해 방어를 하자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정보통신부를 없앤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정보통신부와 국방부, 국정원 3군데가 협력하여 기술과 정보가 축적된 하나의 국가적인 사이버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선> 현재 우리나라는 방어할 수 있는 사이버부대가 없는 상태인가요?

    <이> 있습니다. 대비를 하고 있는데, 조금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북 심리전, 김정일 정권 아닌 인민을 대상으로 해야

    <선> 대북심리전에 대해서 찬반으로 정치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알고 싶습니다.

    <이> 심리전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관계되는 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심리전을 하는데 삐라를 만들고, 전선에 스피커를 설치해서 얘기를 하고 그런 것은 국경 지대에만 도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도 않고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확산 효과는 적다는 것입니다.

    제 주장은 이렇습니다. 첫째는 대북방송을 하는 것입니다. 욕하지는 말고 사실을 이야기 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북한이 황해도에서 쌀 수확을 이만큼밖에 못했는데 북한의 농사 방법이 틀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것, 그 사람이 들었을 때 그럴싸하게 방송을 믿을 수 있게 듣게끔 만들어줘야 합니다. 정치적인 것은 듣지 않겠지만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북한 인민들은 평양방송에서 쉬쉬하는 내용을 한국방송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풍선을 보내는데, 삐라를 보내지 말고 라면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양말, 내의, 여자 스타킹 등 생필품을 보내주자는 것입니다. 컵라면을 보내주면서 ‘이것에 끓는 물을 부어서 뚜껑을 닫아놓고 10분만 기다렸다 드세요’, ‘여기에는 이런 영양분이 들어있습니다’, ‘맛있습니다’ 같은 문구를 적어 보내는 것입니다. 아무런 정치적인 것이 필요 없는 거죠. 북 인민들이 몰래 가져다 먹다가 들켜서 그걸 왜 먹었냐고 추궁당하면 우리 정말 배고픈데 이것까지 빼앗아가다니,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쪽에서 스스로 내분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제 친구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싸가지고 갑니다. 또 북한의 근로자들은 밥은 싸가지고 오지만 국과 반찬은 공장에서 제공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남쪽이 자기들보다 더 잘산다는 것이 입증되지요. “아! 남쪽은 우리보다 잘사는 구나! 그럼 우리도 잘 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겠죠. 이것이 심리전인 것입니다. 심리전은 상대를 공격하여 자극하는 것보다 상대에게 긴장을 해이하게 만들고 그들의 전의를 잃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전이라고 해서 자꾸 자극하고, 정치적으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만 전해주라는 것입니다. 자꾸 말로는 ‘우리의 통일정책이 북한의 정권을 상대하지 말고 북한의 인민을 상대하라’고 주문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북한의 순수한 인민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소통 없으면 오해 부른다
     
    <선>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보에 있어서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 작은 것을 덮어 버리니까 큰 그림이 오해를 받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소통을 하는데 밝혀질 것은 밝혀지고, 군사기밀상 밝혀지지 못하는 것은 ‘이건 군사기밀이라 못 밝히지만 결과는 이렇다‘라고 충분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 천안함 사건을 이명박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보는 음모론이 인터넷을 통하여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이렇게 안보에 관한 근거 없는 발언이 확산된 사례가 원장님께서 재직하실 당시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내가 국정원장으로 있을 때, ‘KAL기 사건을 국정원이 조작한거다’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김현희 씨를 다시 불러다가 사건의 내막을 조사 했습니다. 그 사실을 기자들에게 다 공개 하고, 김현희 씨도 만나게 해주었죠. 이렇게 국민들이 뭔가 감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그것을 열어주고, 기자들이 원하면 보여줘야 해요. 그런 것이 소통이 되어야 작은 불씨를 끌 수 있습니다.


    <인터뷰 후기>

  • 이종찬 前원장 가문은 대를 이어 국방과 안보를 지켰다. 조부 이회영 선생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이종찬 前원장은 조부의 뜻을 받들어 조선 후기부터 나라가 문약(文弱)해진 것을 국력 약화의 원인으로 생각해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에는 국정원장을 맡아 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종찬 前원장은 국가안보 전문가로서 국방과 안보에 관한 국민의 오해와 혼란을 막고자 하는 인터뷰의 취지에 공감, 이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우리는 이종찬 前원장과의 인터뷰로 국방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논쟁에 대한 배경과 우리나라 안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남북한의 국방력 우위에 대한 논쟁, ‘핵무기’가 국방력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우리나라가 왜 핵무장 하지 않고 있는지, 주한미군과 미군의 필요성, 국방력 강화를 위해 ‘사이버 안보’가 중요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이종찬 前원장은 북핵 문제와 남북한 간의 군사력 비대칭성, 대북심리전, 사이버 위협 대응태세 등 다양한 부문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실’과 ‘정직’을 원칙으로 하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대북 심리전에서 ‘인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에는 정치적인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부분, 주한미군 문제에 있어 ‘미군은 동북아시아 역학구도에서 중요한 균형자’라는 지적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인터뷰 진행: 선진화 홍보대사 김진희, 김혜선, 명화연, 정준호, 지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