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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칼럼> ‘민심’은 모두 헛것이로소이다
유난히 길었던 설 연휴기간 중 정치인들은 나름 민심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했을 터이다. 쓸 데 없는 정쟁에 매달리느라 민심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정치인들로서는 이번 설 연휴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연휴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온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 얼마나 많은 국민의 소리를 듣고 민심을 읽었습니까? 실제로 보통 국민들과 접해보니 어떻던가요? 국민이 바라는 정치가 어떤 것이야 한다는 짐작이 가던가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자랑이든 변명이든,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듣고 읽은 민심은 모두 헛것이다. 설 연휴기간 중 고향에서, 지역구에서 정치인 여러분이 쏟은 노고와 정성을 생각하면 섭섭하고 서운하겠지만 사실이다.
솔직히 돌이켜보자. 당신이 이번 설 연휴 기간에 만난 국민이 어떤 사람들인가.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지인들, 소속 정당과 관련된 인사들. 지역의 기관장이나 유지 등등.
이렇게 꼽아가다 보면 모두가 당신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줄이 닿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아주 드물게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과 만났을 수도 있다. 아마 그때는 당신 혼자가 아닌 보좌관이나 지지자들, 또는 당신의 영향력에 기댈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민심을 알기 위해 자세를 낮추어 귀를 기울였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대통령이 청와대 내 참모진을 통해 민심을 읽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러고도 당신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민심을 읽었다고 할 것인가.
사람의 마음이란 아무리 작은 연줄이라도 닿으면 쓴소리를 할 수 없게 돼있다. 당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민심이 아니다. 당신에게 전해지는 소리와 마음은 친소와 이해관계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소리, 민심이란 아무 친소관계도 없고 아무런 제약이나 조건도 없는 상태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광장이거나 시장이거나 대합실이거나 선술집이거나, 아무도 당신이 누구인 줄 모를 때 순수한 민심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에 만난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다 안다. 친인척이 쓴 소리 하겠는가. 친구와 소속 정당 관계자들이 바른 소리하겠는가. 어떻게 연줄을 대어 이익을 얻을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속에서 무슨 참 소리를 듣겠다는 것인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벌어지는 정치판의 모습이 정치인들이 듣고 읽었다는 민심이 모두 헛것이었음을 증명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모처럼 어려운 협상 끝에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가 야당 대표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바람에 암초에 부딪혔다. 여야 영수회담 개최가능성도 희박해지는 느낌이다. 개헌문제에 대한 시각도 여야가 정반대다.
정치인들이 자세를 낮추어 듣고 느꼈다는 민심이 모두 헛것이었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진짜 국민의 소리와 민심에 귀 기우려 보라.
(본사 부사장/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