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향나무엔 김소월의 시정이 듬뿍
  • 어느 지역 어느 동네를 가도 그 곳을 지키는 고목에 얽힌 전설이 있다. 600년 수도 서울시는 말할 것도 없다. 개발이 진행되고 빌딩과 차들로 발 디딜 틈도 없는 서울이지만, 몇 백 년 동안 그 동네를 지키고 있는 전설의 고목들이 있다.

    현재 서울시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보호수로 지정하고 보존하고 있는 나무는 총 216그루. 그 중 주민에게 으뜸으로 사랑받는 나무들은 단연 상록수다. 추운 겨울에도 늘 푸른 모습으로 동네 어귀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다.

    서울시 지정 보호수 중 상록수는 총 24그루. 소나무가 8그루, 향나무 14그루, 측백나무 2그루가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872년이나 살았다.

    가끔은 동네 고목 때문에 개발도 못하고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는 서울시 대표 상록수 24그루 중 가장 유명한 3곳에 얽힌 사연을 살펴봤다.

     

    ◇ 김소월이 사랑한 배재학당 향나무

  • ▲ 중구 정동 배재학당 소나무, 수령 525년
    ▲ 중구 정동 배재학당 소나무, 수령 525년

    중구 정동에 위치한 배재학당 향나무는 시인 김소월과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 교수가 사랑한 나무로 장장 525년의 세월 동안 정동을 지켜왔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 교수는 1960년대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서 안동에 머물다가 우연히 조그만 서점에서 발견한 김소월의 시집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소월 전문가이다. 배재학당 동관 뒤편의 향나무는 김소월이 좋아했던 나무였는데 오랜 세월로 인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 향나무는 197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래 다시 푸르름을 되찾게 되었고 맥캔 교수의 제자인 하버드대의 박사 과정생인 웨인(Wayne De Fremery)이 김소월의 시집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한국의 인쇄문화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들러 되살아난 향나무의 소식을 스승인 맥캔 교수에게 전달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5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배재학당 향나무는 여전히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매년 배출해내는 배재 졸업생들의 학창시절의 사진 속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왔다.

    지정번호 "서2-2"인 배재학당 향나무는 1972년 10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당시의 수령이 525년으로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고는 17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3m에 이르는 보호수로 수많은 배재중학교 졸업생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앨범 속에서도 큰 인기를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다.

    특히 향나무 수간 상부에 박힌 못은 임진왜란 때 “가등청정”이 말(馬)을 묶어 놓았던 곳으로 전해오는 역사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525년 동안 자라면서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했을까를 상상해 보니 많은 슬픔과 우여곡절의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온 향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1940년대 배재중학교 졸업앨범을 보면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쓴 7명의 졸업생을 볼 수 있다. 이들의 평균키를 165cm로 가정해서 수간상부에 보이는 쇠못의 위치를 산정해 보면 400여년 동안 향나무의 키는 5m정도 자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싶다.

  • ▲ 서초동 대법원 향나무, 수령 872년 6개월
    ▲ 서초동 대법원 향나무, 수령 872년 6개월

    ◇ 상록수 최고 수령, 872년 세월을 만나다

    서초동 대법원 앞에는 이 지역을 상징하는 향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청춘을 상징하는 상록수로서 상록교목 중에서도 872년 6개월이라는 최고 수령을 자랑해 이 지역의 명물이 됐다.

    지정번호 ‘서22-3’인 서초동 향나무는 1968년 7월 3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당시의 수령이 830년으로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서울시 지정보호수 중에 최고령을 자랑한다.

    수고는 16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3.6m에 이르는 보호수로 수많은 차량이 빈번하게 소통하는 서초역 사거리 중앙녹지대에서 모진 비바람과 자동차 배기가스, 산성비 등 각종 환경오염 위협으로부터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어 그 의의가 더욱 크다.

  • ▲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 소나무, 수령 180년
    ▲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 소나무, 수령 180년

    ◇ 흥선대원군의 오랜 벗 석파정 소나무

    종로구 부암동에 가면, 권력의 무상함을 간직하며 온갖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흥선대원군의 벗! 석파정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웅장한 소나무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의 넓이가 무려 67㎡에 달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소나무의 절경과 더불어 역사와 문화를 전한다.

    조선말기의 중신(重臣) 김흥근의 별장이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집권후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하였던 석파정 경내에는 많은 문화유적의 향기와 몸체가 아름답고 고고함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시 지정보호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정문을 통과하여 정원에 들어서면 인왕산의 자연암각을 이용한 수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인왕산 계곡물이 흘러들어 연못을 이룬 곳에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이란 권상하(權尙夏)의 글씨를 만나 볼 수 있다.

    경내 안양각 건물 뒤 바위 앞면에는 "삼계동(三溪洞)"이란 글씨가 암벽에 새겨져 있어 조상들의 필력과 조각예술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6.25전쟁이후 천주교의 콜롬바고아원이 되기도 하였으며 사랑채로 사용하던 별채 한 동은 1958년 손재형(孫在馨)에 의해 홍지동 125번지로 이전되어 별도의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석파정내에는 안채 ․ 사랑채 ․ 별당채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1968.7.3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이 180년이고 수고는 5m, 흉고둘레는 2.8m이고 그 아래 그늘의 넓이만도 67㎡이며 조선후기 흥선대원군과 역사를 함께 한 소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