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쉬어..먹을 것 없어 분위기 '썰렁'

  • 설날 당일부터 사흘이 연휴인 북한에서도 일요일인 6일까지 나흘을 내리 쉬게됐지만 명절용 특별배급이 거의 없고 물가상승이 심해 설 분위기는 예전보다 덜한 편이다.

    음력 1월1일을 중심으로 앞뒤 하루씩 사흘을 쉬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설부터 사흘이 휴일이고 주말과 겹쳐 3일부터 6일까지 나흘이 `황금연휴'이지만 일반 주민은 떡국이나 고기 같은 명절 음식을 맛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북매체 자유북한방송이 1일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현지의 특별배급이 전무한 상황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각 지역이나 기업소별로 재량껏 특별배급을 하는데 힘 있는 곳에서는 배급을 하고 없는 곳은 못하는 식"이라며 "작년 설과 추석에도 특별배급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양에서 탈북했다는 40대 박정훈(가명)씨는 "최근 몇 년 동안은 식량 사정 때문에 떡국을 끓여 먹는 것도 흔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식량을 아끼고 아껴서 설날 아침에는 가족이 먹을 상을 차린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선 어른에게 세배를 올리는 풍습은 남한과 똑같다.

    설날에 각 기관이나 기업소 단위로 김일성 주석의 동상 등에 꽃다발을 바치고 나면 나머지 연휴엔 집에서 쉬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쌀이나 돼지고기 등 식료품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설 명절에 주민들이 구입해 맛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대동강식료공장에서 생산되는 술 `평양주'가 설을 앞두고 평양시민에게 공급됐다고 전했는데 이 같은 `명절배급'은 평양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30일자 `우리 인민의 설맞이풍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설날에 설빔을 갖춰 입고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면 노인들이 손자 손녀에게 간단한 예물을 준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주민들이 꿩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끓인 떡국을 나누며 `세주불온(歲酒不溫)'으로 데우지 않은 술을 한 잔 마시는데, 봄철 농사준비를 위한 인민의 근면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주의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속명절을 지내지 않던 북한은 1988년 추석을 휴식일로 정한 데 이어 1989년에 구정도 명절로 지정했으며, 2003년부터는 신정 대신 구정을 `기본 설 명절'로 지내왔다.

    북한에서는 구정 이후 곧 다가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을 더 크게 지낸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15)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돼 있는데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을 쉬면서 북한 전역에서 축하공연과 체육행사, 전시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은 이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생일이 (후계자) 김정은의 책임 하에 준비되고 있으며, 생일 행사의 일환으로 `정일봉 축포' 행사를 준비하려고 (김정일 탄생지로 선전되고 있는) 백두산 정일봉 인근에 호위총국 요원들이 도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