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민주당, 증세 논란 비난 일색 진보신당, “증세 피하겠다는 의도 비겁해”
  • 민주당의 증세 없는 무상복지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의 비난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솥밥을 먹을 것으로 보였던 야권의 포화가 시작하면서 수위가 한계점에 임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0일 국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속적 시행과 재원조달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보편적 복지’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재정 안정 없이 복지도 없다’는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민주당은 무상급식, 의료, 보육,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뜻하는 ‘3+1 정책’ 재원조달 방안에서 국채발행과 세목 신설, 급격한 세율 인상과 같은 증세를 배제했다.

  • ▲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손학규대표가 말하는 증세없는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야 불문,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거짓’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한나라당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증세 없는 무상복지 추진 정책에 대해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국민 세금 부담률을 지난해 19%에서 2007년 수준인 21%로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증세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비과세 감면을 2007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것 역시 비과세 감면의 80%가 취약계층 지원이어서 환원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에 대해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개념을 조작한 것”이라며 “얼마나 돈이 들어갈 지 추계할 기초 자료도 없는데 민주당은 무조건 해주겠다고 공갈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효 최고위원도 “눈칫밥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호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인기 위주의 표를 얻기 위한 미끼 술책”이라고 꼬집으면서 “현장에 어떤 목소리가 있는지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대국민 기만을 하고 있다”며 아예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조승수 대표는 “민주당의 이번 발표는 재원조달의 구체적인 방안이나 산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졸속적이며, 오로지 증세만은 피하겠다는 의도라는 점에서 비겁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조 대표는 “현재 유보된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폐지하면서 추가로 확보될 수 있는 재원은 민주당이 밝힌 15조원이 아니라 4~5조원에 불과하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로 6조5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신당은 민주당에게 복지재원 확충 방안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만약 민주당이 이런 비판과 문제제기가 불편하다면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하고, 당당히 공개 토론에 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무상복지 정책이 자당의 정강 정책과 같다며 주장하고 있고, 국민참여당도 4월 재보선 후보 단일화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과 무상복지 정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 3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3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무상복지 재원 놓고 오늘도 ‘자중지란’

    무상복지 재원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 노선 대립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중도파가 증세 없는 무상복지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동영 최고위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정 최고위원은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보편적 복지 노선은 단순히 몇몇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의 문제를 훨씬 초월한 개념”이라며 “복지를 얘기하면서 세금 얘기하는 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유세에 당원의 84%가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이것은 당 정체성과 노선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복지 재원 논란에 대한 당원투표를 요구했다.

    아울러 천정배 최고위원은 “모든 국민이 중산층으로 생활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돌려 표현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복지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동의, 사회적 합의”라고 전제하면서 “조세개혁, 건보개혁 등을 통해 새로운 세목 증설이나 급격한 세율 증가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손 대표와 경제 관료 출신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재원마련 방안 기획단’은 증세를 배제한 세부적 재원대책 강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등과 함께 토론회 개최 등 세확산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재원을 둘러싼 노선 논쟁이 세대결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