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내에서 유치 지역 놓고 ‘서로 눈치’
  •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여여(與與) 갈등은 물론, 야야(野野) 갈등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정치권 내 최고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논란은 충청권 입주가 유력했던 과학벨트에 대해 정부가 공모 절차를 통해 입지를 선정한다고 밝힌 이후 광주·전남, 전북, 대구·경북, 경남 등 전국 자치단체들이 일제히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 與, 정부·충청·지역 3파 갈등 양상

    한나라당의 경우, 안상수 대표가 전날(19일) ‘당 공식회의에서의 과학벨트 발언 자제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은 20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과학벨트 입지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또 다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최고위원은 “우리가 통과시킨 법을 우리가 준수해야 한다”며 정부가 결정하게 놔두자는 취지를 재차 강조한 반면 정 최고위원은 “과학벨트는 공약대로 충청권으로 가야 한다”며 갈등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 ▲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정두언 최고위원이 쳐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정두언 최고위원이 쳐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과학벨트 충청행을 주장하고 있는 나경원, 서병수, 박성효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소장파가 가세하면서 이견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과 남경필 의원은 20일 각각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통령 공약을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뒤집는 것은 맞지 않다”, “당초 약속했던 과학벨트의 입지를 충청권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지역구가 포항인 이상득 의원은 지난 13일 한나라당 경북도당-경북도 당정간담회에서 “과학벨트는 이미 기초가 마련된 곳이 선정돼야 한다”면서 “대구·경북이 팀을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는 안상수·김무성·홍준표의 ‘정부 결정론’, 나경원·정두언·서병수·박성효의 ‘충청론’, 자기 지역구 유치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 등 크게 3파간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 野 ‘골치 아픈건 우리도 마찬가지’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충청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충청권에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같은 당 충청권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앞서 광주가 지역구인 김영진 의원은 전날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위 공동위원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지식경제부가 광주를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며 “이번 특구 지정이 광주의 과학벨트 유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론과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민주당 광주 지역 의원들은 내일(21일) 광주시와의 시정협의에서도 과학벨트 유치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광주 지역 의원들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최대현안인 과학벨트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에서 대표 기자회견을 열었던 선진당은 국회에서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슈 선점을 시도했다.

    이회창 대표는 “이 정권이 또 충청권 유치 약속을 뒤집으려는 태도를 보여 사태가 격화되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국론을 가르고 지역을 찢어놓으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토론회에는 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가 참석, 축사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