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 경쟁 연휴 이후 심화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신년 좌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연휴 이후 지역간 유치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발언에 광주시를 비롯한 호남권 지자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본격 유치 준비에 돌입한 반면, 충청권에서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 지난달 28일 광주 과학기술원 오룡관에서 열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 유치 설명회에 강운태 광주시장 및 지역 국회의원이 유치 제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28일 광주 과학기술원 오룡관에서 열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 유치 설명회에 강운태 광주시장 및 지역 국회의원이 유치 제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 과학벨트 유치 ‘청신호’

    광주시는 타 지역과의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과학벨트 유치의 당위성과 광주가 갖고 있는 잠재력, 그리고 이미 갖춰져 있는 인프라에 대한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는 그동안 호남권에서만 유치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해왔으나 이번에는 무대를 서울 여의도로 옮겨 적극 홍보에 나선다.

    8일 열리는 ‘과학벨트 광주 유치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강운태 광주 시장은 ▲연구 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 또는 그 가능성 ▲우수한 정주환경의 조성 정도 또는 그 가능성 ▲국내외 접근 우수성 ▲부지확보의 용이성 ▲재해로부터의 안전성을 고려할 때 광주가 최적의 입지임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운태 시장은 “과학 벨트 유치 문제는 결코 정치적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떳떳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광주과기원이 있고 좋은 산업단지가 많은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시장은 또한 “이 정부 들어 5+2 광역경제권 구상으로 영남은 두 덩어리, 호남은 한 덩어리로 나뉘어 근본적으로 불균형적인 구조로 출발했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보더라도 당연히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국토 균형발전의 절실한 대의가 절대로 당론에 질식되면 안된다”며 “총선과 대선이라는 짧은 안목으로 특정지역에 과학 벨트를 유치하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토론회 후 공청회를 열어 광주·전남 국회의원 전체의 서명을 받아 과학 벨트 호남 유치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지원 특별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 ▲ 지난달 17일 충청북도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추진협의회 발대식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염홍철 대전시장이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17일 충청북도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추진협의회 발대식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염홍철 대전시장이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충청권 ‘유치 공약, 반드시 지켜야’ 반발

    이와 달리 충청권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년 좌담회 이후 긴급기자회견을 갖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공약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악속한 부분”이라며 “충청권에 조성하지 않을 경우 대전을 비롯해 500만 충청인들의 강력한 저항과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를 어길 시 국민들과 함께 강력한 규탄과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청권 유치를 주장하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선진당은 6일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선진당은 6일 이 대통령 앞으로 보낸 촉구문에서 “지난 2월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는 공약집에도 없다'고 발언했지 않느냐”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은 제17대 대선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 분명히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당은 “약속을 어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약속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하니 이를 바라보는 충청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사안을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로 몰아붙이며 공세의 소재로 삼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세종시 문제로 상처받은 충청권에 대한 약속을 또 다시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며 이번 기회에 충청권 민심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한편, 이처럼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여야, 호남·충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이후 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